아직 새 시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의 좋은 성적이 반드시 정규리그의 호성적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오는 23일 개막 전까지 어느 정도 분위기는 상승세로 돌려놓아야 한다.
KIA 마운드에 불안함이 감지됐다. 지난 5일 일본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7명의 투수가 투입됐는데 12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선발등판한 터너에겐 캠프 기간 네 번째 부여받은 선발기회였다. 3회까진 깔끔했다. 삼진 2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4회가 문제였다. 러프와 김동엽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박한이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터너는 이학주와 김민수를 아웃시키며 한숨돌리는 듯 했지만 박해민에게 또 다시 볼넷을 내준 이후 김상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위기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캠프 네 차례 등판 중 가장 많은 60개의 공을 던진 터너는 가장 많은 실점도 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조 윌랜드도 부진했다. 캠프 세 번째 등판이었던 윌랜드는 선두타자 러프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동엽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이후 계속 흔들렸다. 김헌곤에게 안타, 박한이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이학주와 김민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3실점했다.
양현종과 함께 2~3선발을 맡아줘야 할 터너와 윌랜드의 부진에 KIA 투수 코치진은 울상이 아니다. 오히려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다. 왜일까. 강상수 KIA 투수 총괄 코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자기 주무기를 최대한 숨기면서 투구하라고 주문했다. 실점을 떠나 그 주문을 잘 이행해줬다"고 설명했다. 빠른 공이 주무기인 터너는 이날 직구 대신 투심을 점검했고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던졌다.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윌랜드도 직구를 제외하고 커브, 체인지업, 커트 볼로만 삼성 타선을 상대했다. 슬라이더는 활용하지 않았다. 특히 7회 3실점한 윌랜드가 8회와 9회를 나란히 삼자범퇴 처리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한 부분도 강 코치를 웃음 짓게 만든 포인트였다.
게다가 이날 첫 실전등판한 두 명의 투수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양현종은 예고대로 삼성전에서 첫 실전을 치렀다. 팀 내 3번째 투수로 5회에 등판한 양현종은 9타자를 상대해 1피안타 1볼넷 3삼진 1실점했다. 35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첫 실전치곤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미 양현종은 불펜피칭에서 100개의 공도 던져봤다. 그의 눈은 개막전에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김윤동은 강 코치의 표정을 환하게 만든 주인공이었다. '특별관리'를 받은 싱싱한 어깨를 과시했다. 1이닝을 삼진 1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마무리 보직을 맡겨도 된다는 믿음을 보여줬다. 몸 상태 부적격으로 1군 캠프에서 가장 먼저 조기귀국된 김세현이 2군 대만 캠프를 통해 부활하고 있는 가운데 김윤동이 확실한 마무리로 활용가능하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봄 아지랑이처럼 KIA 마운드에도 몇 가지 희망이 피어 올랐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