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금 분위기를 봤을 때는 마지막 경기를 이기고 (포스트시즌)가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길고도 길었던 선두 싸움에 어느정도 끝이 보인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게 남은 것은 기적 뿐이다. 반면 대한항공 점보스는 웃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4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끝에 2대3으로 패했다.
'초접전'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박빙이었다. 현대캐피탈은 1,2세트를 먼저 이기고도 이후 3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졌다. 4세트에는 무려 9번의 듀스가 나왔고, 이날 경기 소요 시간은 154분으로 올 시즌 최장 경기 시간이자, 역대 최장 경기 시간(158분, 2017~2018시즌 한국전력-대한항공전)에서 4분 모자랐다. 그만큼 KB손해보험이 집요하게 따라붙었고, 결국 현대캐피탈이 뒷심에서 밀렸다.
이날 패배로 현대캐피탈은 사실상 희망을 잃었다. 3세트나 4세트에 승리를 순조롭게 확정지었다면 승점 3점을 추가해 단독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다. 선두 경쟁 중인 대한항공보다 승수에서 앞서는 계산이다. 앞으로 현대캐피탈은 1경기, 대한항공은 2경기를 남겨둬 불리한 입장이긴 하지만 일단 현대캐피탈이 2경기에서 승점 6점을 챙기고 대한항공이 패하면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5세트 접전 끝에 패하면서 승점 1점 확보에 그쳤다. 이제 남은 시나리오는 현대캐피탈이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인 10일 우리카드전에서 4세트 이내에 무조건 이기고, 대한항공의 승점 추가 불발을 기원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
반면 대한항공은 KB손해보험이 현대캐피탈을 잡아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한층 부담 없이 남은 2경기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2경기에서 승점 2점 이상 얻으면 따질 것도 없이 무조건 우승이다.
대한항공은 7일 우리카드와 홈 계양체육관에서 경기를 펼친다. 만만치 않은 상대긴 하지만, 만약 이날 승리한다면 정규 시즌 우승을 곧바로 확정할 수 있다. 연승을 유지하며 여유있게 우승을 하면 챔피언결정전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여러모로 4일 현대캐피탈-KB손해보험전 경기 결과가 대한항공에게는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대캐피탈이 마냥 낙심하고 있을 때만은 아니다. 최종 2위가 유력한만큼 이제 플레이오프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대한항공이 7일 우리카드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한다고 해도,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대한항공이 우승을 해도 우리의 마지막 경기를 대충할 수는 없다. 지금 분위기를 봤을때 마지막 경기를 이기고 가야 플레이오프에서 더 나을 것 같다"며 최종전에 사력을 다할 것을 예고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