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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동호회·취미: 앵사모] 소통하는 '새린이'…장난감이 아니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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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깡충깡충…'

동요의 한 구절을 앵무새 한 마리가 제법 그럴싸하게 노래 부른다. 반려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의 목소리를 따라할 수 있는 앵무새.

최근 앵무새를 키우며 얻게되는 소소한 재미와 어려운 점을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동호회도 등장했다.

그들로부터 앵무새 '양육'을 통해 얻는 묘미와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유일하게 말 통하는 '새린이'…수명 길어 평생 반려동물로 적합

지난해 'KBS 연기대상' 일일극 우수상을 받은 배우 박하나는 연예계에 알려진 '앵무새 사랑꾼'이다.

드라마 '인형의 집'으로 전성기를 누린 박하나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앵무새 3마리를 키우고 있고 방 하나를 통째로 새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녀처럼 앵무새의 매력에 빠져 온라인 모임을 만들고 회원 간 정보를 나누고 있는 동호회가 있다.

바로 '앵사모(앵무새를 사랑하는 모임)'다.

순수 동호회인 이곳은 가입비나 월 회비 없이 약 5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주 연령층은 20~40대. 남녀 비율은 약 4대 6정도로 여성의 비율이 높다. 실제 모임에서도 여성 회원들의 참석 열기가 압도적이다.

지역별 '번개 모임'도 종종 이뤄지고 있다. 정기 모임은 연중 수 차례 갖고 있는데, 최근에는 지난 2일 경기도 평택에서 20명의 회원이 모임을 가졌다.

앵무새는 약 372종에 이를 정도로 그 종류가 많다. 국내에서는 수 십종이 양육되고 있는데, 그 '몸값'은 대략 3만 원에서 6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어느 정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앵무새의 경우 150만 원 이상은 줘야 한다.

동호회원들이 여러 반려동물 가운데 유독 앵무새를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원들은 앵무새의 언어 구사는 물론, 감정 소통 능력, 그리고 애교 등을 꼽는다.

14마리의 앵무새를 키우고 있다는 '앵사모'의 리더(대표) 김수영씨(프리랜서 강사)는 "다른 애완동물들과 비교하면 앵무새는 지능이 높고 뛰어난 언어능력을 지닌 만큼 사람과의 유대감이 높다"면서 "종종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같이 놀아달라고 어리광을 피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앵무새는 2~3세 아이 만큼의 지능을 지녔기에 일련의 교감이 가능한 것이다.

긴 수명을 가진 점도 앵무새를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애완견을 키우기도 했지만 짧은 수명 탓에 일찍 곁을 떠나보냈다"며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중대형급 앵무새는 평균 30~50년가량은 살 수 있어 평생 반려동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앵무새를 기르는 것은 어린 아이의 양육과 별반 차이가 없다.

조금씩 자주 먹이와 물을 주고 변을 치워줘야 하며, 산책을 시키는 등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이로 인해 앵무새를 가리켜 '새린이(새+어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 대표는 "귀찮다고 새에게 한꺼번에 먹이를 주면 비만이 되거나 먹고 싶은 것만 섭취하는 편식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또한 관심을 덜 갖거나 소홀히 하면 새들이 자기 깃털을 부리로 뽑는 등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 사이에서는 금기어도 있다. '사고판다'는 말은 절대 금물. 대신 입양 또는 분양이라고 부른다. 생명이 있는 동물이기에 상품으로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앵무새는 눈으로 암수 구별을 할 수 없다. 암수 모두가 화려한 데다 생식기로도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앵무새의 깃털을 몇 개 뽑아 깃털에 붙은 혈액을 전문기관에 검사 의뢰한다.

앵무새는 암수 한 쌍이 연간 3~6개의 알을 낳아 부화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극히 일부만 새끼로 태어나는 데 새로운 가족을 얻는 즐거움도 있다.



▶이름부르자 뛰어온 강아지, 알고보니 앵무새의 '장난'

말을 할 수 있는 앵무새를 키우면서 겪는 여러 재미들도 있다.

현관 도어락을 여는 '삑삑'소리에 놀라 거실로 나가보니 앵무새가 내는 소리였는가 하면, 주인이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강아지가 방으로 갔지만 알고 보니 앵무새가 이름을 부른 일도 있었다는 것. 또한 놀러온 지인이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기에 왜 그런가 봤더니 키우는 앵무새가 계속 '뭐라고?'를 반복했던 일도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앵무새의 말 흉내는 주인의 훈련을 통하거나 TV나 라디오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들을 따라함으로써 가능하다. 간혹 새들끼리 만나서 단어들을 학습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대부분 ㄲ, ㅃ, ㅆ, ㅉ 등 된발음을 새들이 잘따라하곤 한다"면서 "회원모임에 새들을 데려갔다 오면 가끔 다른 새들로부터 말을 배워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를 키우기에 앞서 소음이나 냄새 등의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앵무새는 두 가지 모두의 우려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김 대표는 "앵무새들은 깨끗한 물을 담아주면 몇 모금 먹고 난 뒤 스스로 물 안에 들어가 샤워하기 때문에 냄새가 거의 안난다"면서 "소음의 경우도 교육하기 나름인데 대부분은 어두워지면 소리를 안내 이웃들이 새를 키우는 지도 모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앵무새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은 전문 치료병원이 적다는 점이다.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새를 치료할 수 없어 보통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앵무새는 외부 세균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이에 신선한 먹이와 물은 필수. 26~27도의 온도, 60%의 습도 등도 유지해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료를 먹이지만 건강식으로 멸균한 알곡류, 계란 노른자, 과일, 야채 등도 간식으로 준다.

다만 초콜릿, 양파, 사과씨, 포도씨 등은 절대 금물. 독성 때문에 새들에게는 절대 피해야 할 먹이라는 것.

앵무새의 건강에는 산책도 좋다.

발목 링이나 가슴줄을 하고 외출을 하는데 간혹 길고양이나 까치 등의 공격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주로 실내에서 키우기 때문에 '윙 트리밍'(바람을 타는 깃털의 수를 줄여 장거리를 날지 못하게 하는 것)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는 동물 학대가 아닌 앵무새의 안전을 위한 것.

훈련이 되지 않은 앵무새는 종종 실내에서 날다가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불이 켜져 있는 가스레인지로 돌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간혹 비행훈련이 잘되어 있는 대형 앵무새는 일정 거리를 날아서 되돌아오는 일명 '부메랑'이라는 재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김 대표는 앵무새 입양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그녀는 "앵무새의 특징, 습성, 주의점, 주위 병원유무 등을 학습하거나 고려한 뒤 입양하기를 바란다"며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키우는 것은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은 앵무새를 비싼 장난감으로 취급하거나 재테크 등을 위해 양육하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한가족처럼 여길 수 있을 때에만 키우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