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시장 유일한 미계약자 김민성이 드디어 둥지를 찾은듯 하다. 김민성에게는 잘 된 일이다. 하지만 FA 제도의 맹점 보완이 시급하다.
지난 4일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FA 내야수 김민성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 하기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인정했다. 아직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승인이 남았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 이번 트레이드는 최종 확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김민성이 원소속팀이었던 키움과 계약을 하고, 곧바로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하는 방식이다. 물론 미리 두 구단이 합의를 마치기 때문에 사실상 김민성은 LG와 FA 계약을 한다고 봐야 한다.
FA 제도의 맹점을 노린 방식이다. LG가 김민성과 FA 계약을 직접 하지 않고, 이런 중간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쉽게 말해 보상 선수를 내주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원소속팀이 아닌 타 구단과 FA 계약을 할 경우 보상금(전년도 연봉) 300% 혹은 보상금 200%와 20인 보호 선수 명단 외 1명을 보상 선수로 줘야 한다. LG가 그토록 필요로하던 주전 3루수를 찾는 상황에서 몇 억원의 돈이 부담스러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21번째 선수를 키움에 내주는 것이 어려웠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키움발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키움은 FA 자격을 취득한 채태인과 1+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을 한 후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롯데 자이언츠로 보냈다.
더 오랜 예전으로 거슬러 가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구단들 사이의 '사전 합의'를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FA 시장에서 차갑게 외면받은 선수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계약을 마친 후, 타팀과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물론 선수에게는 나쁠 것이 없다. 채태인이나 김민성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 규정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더 안좋은 조건에 원소속팀과 계약을 해야했을 수도 있다. 또 김민성은 3월이 되도록 계약을 하지 못해 스프링캠프도 소화하지 못했다. 아무리 개인 훈련을 잘 해왔다고 해도 심리적인 불안감을 완전히 씻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 제도상으로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물론 키움이 채태인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 하고 나서 발표하지 않은 '뒷돈' 2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는 했지만, 그런 부당한 추가 거래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면 부정한 방법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사인 앤드 트레이드의 긍정적인 부분 말고, 반대로 살펴보면 현행 FA 제도에서 보완할 부분들이 명백히 보인다.
리그의 균형과 선수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FA 제도는 분명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구단들이 '몸값 거품 제거'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보완 방법이 'FA 등급제'다. FA 선수의 값어치와 성적에 따라 등급을 정하고, 그 등급에 따라 보상 규정을 다르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FA 등급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구단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함께 공감하고 있지만, 사실상 협의를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KBO 이사회가 정한 FA 제도 보완 방식을 선수협이 거절했고, 당시 선수협은 등급 분류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보상 규정에 대한 추가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까지 양 측의 의견은 평행선이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구단들의 차가운 시선을 체감한데다, 김민성 사례처럼 기존의 보상 방식으로는 피해를 보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만약 이런 방식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더 활성화 된다면, FA 제도의 원래 취지는 희미해지고 나아가 가치 자체가 떨어질 수도 있다. FA는 극소수의 특급 선수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가져야 할 선택의 권리이기도 하다. 올해에는 반드시 FA 제도와 관련한 새로운 논의가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