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뿌옇게 만든 미세먼지도 K리그 개막을 기다려온 축구 팬들의 열기를 꺾지 못했다.
2019년 K리그의 문이 활짝 열렸다.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디펜딩챔피언' 전북과 FA컵 우승팀 대구와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2019년 하나원큐 K리그이 성대한 막을 올렸다.
사실 개막을 앞두고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흥행가도를 이어오던 A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참패했고, 흥행을 견인해야 할 서울과 수원은 오프시즌 내내 이렇다할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 여기에 1일은 연휴의 시작이었고, 설상가상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연휴 기간 내내 전국이 고농도 미세먼지로 비상이 걸렸다. '나쁨', '최악' 단계를 오가며,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비상 문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악의 미세먼지에도 축구팬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6경기에서 무려 7만9355명의 관중이 몰렸다. 축구도시로 거듭난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2만637명의 관중이 몰려 열기를 뿜어냈다. 1일 울산과 수원의 경기가 펼쳐진 울산월드컵경기장엔 1만3262명, 경남-성남전이 열린 창원축구센터에도 6018명이 몰렸다. 2일에도 흥행가도는 이어졌다.
인천-제주전이 열린 인천축구전용구장에는 무려 1만8541명이 관중석을 메웠다. 2012년 수원전에서 기록한 인천축구전용구장 이전 후 최다관중 기록(1만7262명)을 경신했다. 상주-강원전이 진행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5372명이 들어섰다. 3일 서울-포항전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수도권을 덮친 최악의 미세먼지 속에서도 1만5525명의 관중이 자리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 1만3226명으로, 지난해 대비 44.7%가 증가한 수치다.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돈을 내고 직접 경기장을 찾은 유료관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 고무적인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매 경기 꿀잼 매치가 이어졌다. 6경기에서 14골이 터졌다. 모든 경기장에서 2골 이상이 나왔다. 무득점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매 경기장 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졌다.
전북-대구전은 전북의 일방적인 우세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구가 빼어난 조직력을 과시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팽팽한 경기(1대1 무)가 이어졌다. 폭풍 영입에 성공한 울산은 확달라진 경기력으로 2대1 승리를 챙겼다. 이렇다 할 영입을 하지 못하며 우려를 낳았던 수원은 신예들을 앞세운 이임생표 공격축구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경남은 막강 외인의 힘을 앞세워 성남에 2대1로 이겼다. 특급 외인들의 개인기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강등후보 성남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인천과 제주는 시종 치고 받는 경기를 펼치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또 다른 강등후보 상주와 강원 역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12팀들은 또 한번 팬들을 경기장을 부를 수 있을만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K리그가 다시 돌아왔다. 한 라운드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은 좋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