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KBO리그 팀들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일본 오키나와를 둘러보고 있다. 일본프로야구팀 경기와 국내팀 경기를 두루 살펴보는 중이다. 주요 상대인 일본 분석과 한국대표팀에 뽑힐만한 자원, 활약할 재목들을 체크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고민은 타자가 아닌 투수다. 예전부터 국내 타자들의 파워는 일본 야구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스윙을 휘두르는 스타일이 다르고 리그 특성인 타고투저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단기전, 특히 국제대회는 투수력이 성패를 가른다. 국내야구는 수년간 수준급 투수들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류현진(LA다저스)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대체할만한 선수가 출현하지 않고 있다. 박찬호가 은퇴하고 윤석민(KIA)이 부상과 부진을 겪자 우완정통파 에이스는 거의 고갈 수준이다.
김경문 감독은 일본에서 "미국에서 만난 김광현이 200이닝을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그리고 프리미어12에서 20이닝을 합쳐 200이닝을 던지고 싶다고 하더라. 벌써 2승은 한것 같은 기분"이라며 고마워했다. 여전히 김광현은 리그 극강의 에이스이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축이었던 김광현을 뛰어넘을 후배가 11년이 흐른 지금도 나타나지 않은 현실을 어떻게 봐야할까.
류현진은 현실적으로 합류가 쉽지 않다. 선수 본인은 대표팀의 부름에 응답하겠다고 했지만 메이저리그의 40인로스터 선수 차출 불가방침과 시즌을 마친뒤 FA가 되는 상황이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높다. FA로 로스터에서 제외된다고 해도 새팀으로 이적할 경우 적응 등 여러 장벽이 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여전히 대표팀에서 뼈대를 이룰만한 선수들이지만 이들도 세월속에 베테랑을 넘어 고참이 됐다. 김광현은 2년전 팔꿈치 수술을 한뒤 지난해 복귀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과 당시 염경엽 단장은 시즌에 앞서 김광현의 이닝제한을 공언했다. 김광현은 11승8패, 평균자책점 2.98(136이닝)을 기록했다.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낫겠지만 이닝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양현종은 5년 연속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70이닝을 넘게 던졌다. 2016년과 2017년은 가을야구를 포함하면 200이닝 이상이었다. 본인은 체력부담이나 혹사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치지만 우려섞인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용찬 함덕주 박치국(이상 두산 베어스) 최원태(키움 히어로즈) 최충연(삼성 라이온즈) 등이 있지만 중간은 몰라도 믿을만한 선발 요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표팀의 전력강화는 단기적인 특수 프로그램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리그 전체의 체질이 강화돼야 한다. 고민은 크지만 해결책이 요원한 이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