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KBO리그 팀들간 연습경기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 오키나와 방문은 앞서 시범경기를 펼친 일본팀 선수들의 실력을 분석하고 국내 각 구단 감독과 선수를 만나 대표팀 차출 협조를 구함과 동시에 컨디션 파악을 위한 것이다. 김 감독은 27일에는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연습경기를 관전했다. 김시진 KBO 기술위원장도 김 감독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김 감독의 목표는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이다. 한국이 2015년 1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만큼 김 감독도 대회 2연패를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사령탑으로 국민적 명성을 얻은 김 감독은 11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에 대한 책임감도 무겁게 느끼고 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때는 무서운 것 없다고 생각하고 덤벼들었다. 벌써 11년이 되지 않았나"라며 "이번에는 책임감이 좀더 무거워진 것 같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할테니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김 감독의 고민은 타자보다는 투수다. 물론 염두에 두고 있는 상대는 일본이다. 한국은 1회 대회 준결승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이끄는 일본에 4대3으로 역전승한 뒤 결승까지 올라 우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은 가장 강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세계랭킹 1위다.
김 감독은 "일본은 두터운 선수층에서 뽑으니까 기본기가 잘 돼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도 타자쪽은 우리가 일본에 뒤진다고는 생각 안한다. 투수진이 얼마나 잘 갖춰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에 맞설 수 있는 에이스와 중간 투수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김광현을 언급했다.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서 "올해는 200이닝을 던지는 게 목표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그리고 프리미어12에서 20이닝을 합쳐 200이닝 정도를 던지고 싶다"며 "몸 관리를 잘해서 프리미어12에서도 힘 있는 공을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팀에 뽑히면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광현이가 20이닝 을 얘기한 것을 들었다. 너무 고맙다. 벌써 2승은 한 것 같다. 선배로서 후배들한테 모범이 되고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광현은 국제대회 일본전에서 호투를 펼쳐왔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과의 예선과 준결승에 각각 등판해 5⅓이닝 3안타 1실점, 8이닝 6안타 2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금메달에 기여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난 시즌 복귀해 25경기에서 11승8패, 평균자책점 2.98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몸 상태는 데뷔 초기 시절과 비교될 정도로 좋다. 주무기인 직구와 슬라이더 말고도 커브, 스플리터를 집중 연마중인 김광현은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김광현의 의지와 김 감독의 고마움이 통한 것이다.
김 감독은 이어 "투수는 당돌하고 배짱있는 친구가 한 두명 나와줬으면 좋겠다. 일본하고 할 때 잘 싸울 수 있는 투수가 있다면 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장보다는 내년(도쿄올림픽)을 볼 수 있는 젊은 투수들을 보겠다"고도 했다. 단기전에서는 불펜 운영이 승부의 관건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1~2이닝을 막아줄 '싸움닭'같은 불펜투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또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코치들이 다들 한 두살 차이로 또래다. 그 친구들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니까 좋은 그림이 그려지더라. '코치들이 뭉치면 선수들도 뭉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3월 1일 한국으로 돌아가 7일 다시 일본 오사카로 이동해 일본과 멕시코간 두 차례 평가전을 관전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팀 전력분석은 김평호 대표팀 전력분석 총괄코치가 미야자키로 넘어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오키나와(일본)=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