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남북 단일팀 '금메달 신화'를 쓴 여자 카누 용선 대표팀 선수들이 '호호' 웃었다.
지난 여름, 무척이나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여자 카누 용선 대표팀은 북한과 단일팀을 꾸려 '원 팀'으로 대회에 나섰다.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0여일. 시간은 촉박한데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강근영 감독은 "북측에서 그들 말로 '우리는 카누 용배를 모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0일이었죠. 4~5년 준비한 선수들을 이기기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돌아봤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음의 벽이었다. 단일팀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두 개의 팀이나 마찬가지였다. 진천선수촌에 모인 단일팀 선수들은 서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된 마음으로 노를 저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서로를 향한 첫 걸음, 바로 대화였다. 강 감독은 "소통으로 마음의 문을 열다 보니 배려라는 산이 생겼습니다. 우리의 신념, 믿음이었고, 뒤를 돌아봤을 때 그것은 평화였습니다. 북측에서는 늘 '일 없습네다'라고 말는데, 그게 싫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문제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 선수들은 '정상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다. 더운 여름 하루 10시간이 넘는 고된 훈련도 피하지 않았다. 조민지는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훈련했어요. 인도네시아 현지는 너무 더워서 잠을 포기하고 더욱 훈련에 매진했죠"라고 말했다.
결실은 달콤했다. 남북 단일팀은 여자 카누 용선 500m 결선에서 2분 24초 788로 우승했다. 남북 단일팀 코리아가 중국과 태국을 줄줄이 밀어내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단일팀이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선수들은 믿기지 않는 듯 연신 눈물만 흘렸다. '주장' 김현희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계속 눈물이 나서 울기만 했어요"라며 감동의 순간을 떠올렸다. 단일팀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하나씩 목에 걸며 '팀 코리아'를 외쳤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뜨거웠던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여자 카누 용선 대표팀은 25일 열린 제2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남북단일팀에 깊은 애정을 보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자청해서 시상에 나섰다.
선수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우리는 '여전히' 하나다!"였다. 김현희는 "저희도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땀과 눈물로 만든 20일의 기적이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날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 돼 정말 기뻐요"라며 '호호' 웃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