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이 순조롭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시범경기 첫 등판서 자신의 강점을 한껏 드러내며 호투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스프링캠프인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1이닝 동안 13개의 공을 던져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현지 날짜로 2월 시범경기에 나선 건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류현진은 1회초 선두 콜 칼훈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2번 우타자 피터 버조스를 좌익수플라이, 3번 케반 스미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4번 좌타자 자렛 파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모든 구종을 시험했다. 공식 구속은 노출되지 않았지만, 직구 스피드가 최고 90마일(145㎞)을 찍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류현진의 시범경기 첫 등판 성적을 보면 지난해 3월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2⅔이닝 2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 2017년 LA 에인절스전 2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 2015년 3월 1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2이닝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 2014년 3월 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2이닝 2안타 무실점, 2013년 2월 25일 화이트삭스전 1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이었다.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첫 시범경기 모두 무실점 호투였다.
직구 구속도 무난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감기 증세로 시범경기 첫 등판이 3월 12일로 미뤄졌다. 당시 직구 최고 구속은 92마일. 지난해보다 보름이 빠른 시점에서 90마일 정도가 나온 건 첫 실전 치고는 무난하다는 평가다.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공략하는 제구력도 만족스러웠다.
류현진과 처음 호흡을 맞춘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전체적으로 컨트롤이 잘됐다. 자신의 모든 구종을 원하는 대로 던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2사 1루서 파커를 삼진 처리할 때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한 게 인상적이었다. 류현진이 오프시즌서 집중적으로 다듬은 구종이 슬라이더다.
류현진은 현지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게 던진 것 같다. 몸 상태는 좋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면서 "슬라이더는 던지고 싶은 구종이었다. 선발투수는 많은 구종을 던져야 타자를 상대하기 편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이날 투구를 통해 완벽한 몸 상태를 과시하며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 구단 관계자들에게 더욱 두터운 신뢰감을 심어줬다. 류현진은 지난해 시범경기 때 감기 증세로 고전했고, 정규시즌 들어서는 5월부터 8월 중순까지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 넘게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복귀 후 연이어 호투를 펼치며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로 시즌을 마감, 포스트시즌 명단에도 포함돼 생애 첫 월드시리즈 마운드에도 올랐다.
류현진은 이어 지난 겨울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착실하게 몸 만들기를 실행한 뒤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해 첫 실전서 또다시 이상없음을 드러냈다. 몸 상태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좋다는 말까지 나온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팔 부상으로 피칭 훈련을 중단한 상황이라 류현진의 존재감이 향후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류현진은 이번 주말 두 번째 등판서는 투구수 30개를 기준으로 2이닝 정도 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