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의 사나이'로 통하는 손아섭(31·롯데 자이언츠)이 올 시즌 느끼는 책임감은 상당하다.
'거인군단'을 이끄는 캡틴으로 맞이하는 첫 시즌. 지난 시즌까지 주장을 맡았던 이대호(37)의 뒤를 이어 받아 양상문 감독과 함께 가을야구 진출 뿐만 아니라 우승의 비원을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 손아섭은 주장 취임 직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손아섭은 대만 가오슝에서의 1차 스프링캠프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가장 먼저 훈련에 나서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휴식일에도 선후배들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양 감독 및 코칭스태프를 미소짓게 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욕심까지 미뤄둔 것은 아니었다. 손아섭은 "최근 서너시즌을 돌아보면 몸 컨디션이 가장 좋은 편"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 141경기서 타율 3할2푼9리(553타수 182안타), 26홈런 93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4할4리, 장타율 5할4푼6리. 3년 연속 3할-180안타에 홈런과 타점은 '커리어하이'였다. 하지만 시즌 중 오른쪽 옆구리 통증에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정규시즌 중 손가락을 다치면서 세 시즌 연속 정규시즌 전경기 출전 달성은 실패했다. 막판 컨디션 난조와 부상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롯데의 가을야구 경쟁에 힘을 보탰지만, 팀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을 만한 시즌이었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스프링캠프 전까지 재활 쪽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며 "덕분에 전체적인 신체 밸런스가 확실하게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다소 부족한 부분은 경기로 채워 나아가야 한다"며 "겨울에 준비는 잘 마쳤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에도 롯데 외야진은 전준우-민병헌-손아섭으로 이어지는 '국대급'으로 구성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받쳐줄 백업들의 기량차는 큰 편이다. 주전-백업 간의 기량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롯데의 가을야구행 숙제로 꼽힌다.
손아섭은 "후배들과 대화를 할 땐 기술적인 부분에서 해줄 말은 없다. 코치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라며 "다만 야구에 대한 욕심, 투쟁심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호랑이 같이 싸워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런저런 컴플렉스가 많은 선수였다. 지금 후배 또래 시절엔 쟁쟁한 선배들도 많았다"며 "(후배들에게) 나도 주전들을 넘어서기 위해 내 나름대로 많이 노력했다는 부분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익수 자리에 '손아섭이 있어서 안된다'가 아니라, '내가 넘어서 보이겠다'는 근성이 생긴다면 후배들이 많이 발전할 것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결국 한 포지션에 뛸 수 있는 선수는 한 명이다. 그 포지션을 잡기 위해선 나 역시도 후배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지금 후배들에게 내 자리를 양보하고 싶은 생각이 1%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고 투쟁심을 강조하는 손아섭의 목표는 단 하나, 역대급 시즌 속에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이다.
가오슝(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