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파격 행보. 어떻게 봐야할까.
새 이름을 단 히어로즈가 연이어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이장석 전 대표가 있을 때부터 히어로즈는 독보적인 길을 걸어 왔다. 모기업이 없는 독특한 팀 구조. 구단 운영은 젊은 선수들을 육성해 기대 이상의 성과도 냈다. 야구계 안팎으로는 늘 이슈의 중심에 섰다. 2016년 10월 코치 경험이 없는 장정석 감독을 선임한 것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해 장 감독은 팀을 다시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았다. 파격적인 선택은 때때로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하지만 올해는 파격을 넘어 충격이다. 새 단장 선임이 대표적이었다. 키움은 지난달 22일 임은주 전 FC안양 단장을 신임 단장으로 영입했다. 후폭풍이 거셌다. 축구인 출신을 떠나 축구계에서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었기 때문. 결국 임 전 단장은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열흘 만의 단장 교체. 김치현(42) 전 전략 국제 육성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 리그 최연소 단장으로 또 한 번 파격 선임. 물론 야구단장의 선임 기준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키움은 어떻게든 새길을 택했다.
이번에는 스프링캠프에서 이례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원더홀딩스 대표이사이자 히어로즈 사외이사 겸 이사회의장인 허 민(43) 의장이 자체 평가전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팀훈련 일환인 자체 평가전이었다. 야구광으로 소문난 허 의장은 이날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을 던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필 니크로에게 직접 전수 받은 너클볼만 뿌렸다. 구단 최고위층이 평가전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던지는 전례가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허 의장의 야구 열정은 이미 알려져 있다. 과거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운영한 경력이 있다. 직접 선수로도 뛰었다. 2013년 미국 독립리그에서 투수로 활약했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 열정을 떠나 선수들의 훈련 시간에 직접 공을 던지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몸을 끌어 올려야 할 시기에 타자들은 구단 고위층의 공을 상대했다. 현장 프런트도 아닌 이사회의장이 직접 투수로 나섰다. 월권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또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전상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에 격려가 필요한 시점에 구단이 허 의장에게 캠프지 방문을 요청했다. 현지에 도착해 선수단과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자체 평가전 등판을 요청했다. 분위기 전환 차원이었다. 선수들이 지칠 수 있는 상황에서 재미있는 이벤트를 위해 요청했다. 허 의장이 처음에는 등판을 정중히 고사했지만, 구단 요청으로 공을 던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정석 감독도 일정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이벤트를 허락했다.
하지만 시구도 아니고 2이닝을 투구했다. 자칫 납득하기 힘든 이벤트였다. 키움의 기묘하고도 파격적인 행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