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앞둔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보충학원을 알아보거나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이 가운데 특히 남자아이가 있는 부모는 방학을 이용해 포경수술을 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다.
과연 포경수술은 필요한 것일까? 그간 이에 대한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이에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이동기 교수의 도움으로 포경수술의 득과 실에 대해 정리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포경수술의 기원은 6천년 이상…국내는 한국전쟁 이후 본격화
포경수술의 정식 명칭은 '환상 절제술(circumcision)'이다.
이른바 '고래잡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남성의 성기 바깥쪽에 포피가 둘러싸여 있는 모양을 '포경(包莖)'이라고 하는데, 고래잡이를 의미하는 '포경(捕鯨)'과 발음이 똑같아서 생긴 말로 알려져 있다. 포경수술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이집트에서 출토된 고대 미이라의 일부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약 60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외과수술인 셈이다.
국내 도입 시기는 1945년 광복을 맞으면서 미국을 통해 소개됐고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포경수술 시술이 본격화 됐다.
1970년대부터 사회적으로 권장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들어 수술률은 8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확산됐다.
이후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2010년대 들어 포경수술 비율이 70%대로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 병원에서도 '포경수술을 받으러 왔다' 보다는 '우리 아이가 포경수술이 필요한가?'라고 묻는 질문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교수는 "예전처럼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오는 경우보다는 본인의 의지로 대학입시 후나 입대 전에 오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균 감염·위생상 수술해야…에이즈 감염 비율도 낮춰
포경은 포피의 입구가 좁아 귀두 뒤로 포피가 완전히 젖혀지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포경수술은 포피를 제거해 귀두를 외부로 노출하는 수술을 의미한다.
포경수술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증상으로는 반복적인 귀두포피염, 포경, 감돈포경(포피가 귀두 뒤로 젖혀진 후에 고정돼 원래 위치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태) 등이 있다.
의료계는 포경이 있는 경우 귀두 주변으로 세균이 늘어나고 위생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경수술을 받은 남자 어린이들의 발열성 요로감염 비율이 수술받지 않은 경우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
또한 수술을 받으면 재발성 감염이 있거나 방광요관 역류와 같은 선천성 기형이 있는 경우 요로감염의 예방효과도 더욱 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왜소음경, 함몰음경, 음경하만곡, 요도하열 등 음경의 선천성 기형에서는 포경수술과 다른 음경 성형술 또는 요도 성형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료와 이에 맞는 수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포경수술은 일부 성전파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성기헤르페스바이러스(HSV) 감염의 비율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매독이나 임질, 클라미디아 등 세균성 성접촉질환 감염에 대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배우자의 세균성 질염 발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규명됐으며 귀두포피염 등 음경의 피부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꼽힌다.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는 종양인 음경암의 경우 포경수술을 통해 귀두와 포피 사이의 잠재적 염증 상태를 해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유두종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한 음경암 발생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데 이점이 있다.
이 교수는 "사춘기 이후에도 포경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음경암 예방을 위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일부 부작용 있을 수도…"신생아·영유아 시기 수술은 피해야"
포경수술의 의학적 단점으로는 통증과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꼽힌다.
포경수술을 하고나면 진통제를 복용해도 약간의 통증은 불가피하게 있기 마련. 걷는 데도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출혈이나 감염 등의 합병증이 있을 수 있지만 발생빈도는 1~3%로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 드물게는 음경이나 요도의 손상, 즉 귀두나 음경이 절단되거나 요도구염, 요도구 궤양, 누공 등이 보고된 사례도 있다. 아울러 장기간 추적관찰을 했을 때 포피가 지나치게 많이 남거나 반대로 적은 경우, 음경이 틀어지거나 음경이 함몰되는 경우가 극히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숙련된 의료진에게서는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성행위시 만족도를 저하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교수는 "포경수술을 통한 바이러스 질환 예방효과는 규명된 사실"이라면서 "수술을 원하지 않더라도 포경수술이 필요한 음경 이상은 없는지 비뇨의학과 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수술이 필요한 의학적 상황이 아니면 본인의 의사결정권이 없는 신생아, 영유아 시기에 포경 수술을 시행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