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요. 일단 선수들 목소리가 크게 들리잖아요."
14일 군산에서 열린 2019년 금석배 축구대회를 찾은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축구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올해부터 국내 모든 초등학교 축구 경기가 8인제로 바뀐다. 유소년 선수들의 기술 향상을 위해서다. 한국축구는 그간 외형적 성장을 거급했지만, 기술, 창의성 향상이라는 과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계무대에 도전했던 한국축구가 고비를 넘지 못했던 이유기도 하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축구의 도약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8인제는 11명 미만의 인원이 한 팀을 이뤄 경기하는 스몰사이드 게임(Small-Sided Game)의 일환으로 영국, 벨기에 등 유럽의 축구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잦은 1대 1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에 볼 터치가 많아지고, 궁극적으로 볼 소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최근 축구계의 대세인 '빌드업 축구'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일단 8인제는 11인제 축구와 비교해 차이가 있다. 일단 경기장이 작다. 11인제 경기장의 길이가 100~110m, 너비가 64~75m인 반면, 8인제 경기는 62~68m, 46~50m다. 전후반 25분씩 경기가 진행된다. 기술발전을 위한 특별규정도 있다. 빌드업 향상을 위해, 골키퍼에 의한 페널티에어리어 내에서의 플레이는 동료 선수에게 '손이나 발'로 패스할 경우 볼은 하프라인을 넘을 수 없다. 하프라인을 넘을 시, 넘어가 지점 하프라인에서 간접프리킥을 부여한다.
창의성 향상을 위해 코칭타임도 제한을 뒀다. 선수들이 경기 중 여러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위해서다. 기존 처럼 경기 시작 전, 선수 교체, 하프타임에 코칭을 할 수 있고, 여기에 정해진 시간에 코칭타임(전반 13~15분, 후반 38~40분)을 뒀다. 코칭타임은 경기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 경기 중 "좋아", "굿", "집중해", "잘했어" 등 선수들의 플레이 대한 격려 및 칭찬은 허용된다.
도입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8인제 축구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했지만, 현실적인 부분이 우려된 일선 지도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한국축구 유스 정책을 책임지는 미하엘 뮐러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은 "11인제 경기는 어른들의 형태다. 어린 선수들은 체격이 작은 성인이 아니다. 이들만을 위한 방식이 필요하다. 축구를 즐길 수 있는 8인제 축구는 분명 최고의 해법"이라고 했다. 홍 전무는 "지난 1년간 지도자들을 만나 소통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했다.
실제 경기를 살펴보니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11인제와 비교해 선수들의 볼터치, 패스, 슈팅, 스프린트 횟수 등이 현저히 늘어났다. 골도 많아졌다. 4~5골은 예사였다. 홍 전무는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골결정력이었다. 대학이 걸려있는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아무래도 수비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 8인제 축구는 수시로 골찬스가 나는만큼 아무래도 결정력에 대한 부분이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선수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벤치에서 지시를 할 수없는만큼 선수들이 직접 의견을 내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동탄블루윙즈의 주장 완장을 찬 최현수는 "감독님이 요구하는 것을 하기 위해 더 생각하고, 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협회는 앞으로 8인제 축구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연령대를 더 낮춰 5인제, 3인제 축구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뮐러 위원장은 "유소년 시절 배울 수 있는 부분은 정해져 있다. 선수들이 기술을 향상하고, 즐길 수 있게 한국식에 맞는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군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