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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韓X베트남 잇는 위대한 1인의 힘" 박항서 감독-베트남 대사 유쾌한 오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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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모처럼의 휴가를 즐기고 있는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감독이 12일 서울 삼청동 주한베트남대사관에서 응우옌 부 뚜 주한 베트남 대사와 만났다.

이번 만남은 축구 마니아인 응우옌 대사가 휴가중인 박 감독과 부인 최상아씨, 한국에서 재활중인 베트남 국가대표 부반탄, 쩐딘쫑, 륵썬흥과 하노이 소속 당번떠이를 특별오찬에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1년만의 재회에서 응우옌 대사는 "요즘 베트남 축구선수들은 어떤 연예인보다 훨씬 인기 높다. 베트남 국민 누구나 박 감독님을 사랑한다. 한국에선 누구를 만나든 대화는 언제나 박항서로 시작해 박항서로 끝난다"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응우옌 대사는 '베트남의 축구영웅' 박 감독과 대표팀의 캐리커처가 새겨진 특별 포토월을 설치하고, 베트남 어린이 팬이 직접 만든 박 감독 캐릭터 인형과 풍경화를 선물하며 정성껏 예우했다.

응우옌 대사는 "1년전 감독님을 모셨을 때만 해도 2018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아시안컵 8강,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을 이뤄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감독님의 인터뷰를 늘 지켜봤다. 박 감독님은 언제나 상대를 존중하셨다. 인터뷰를 통해 단 한번도 다른 팀을 깎아내린 적이 없으셨다. 특정 선수를 비판하신 적도 없으셨다. 우리팀의 장점을 부각시키셨고, 적당한 목표를 세우셨다. 하지만 감독님 머릿속의 목표는 그것보다 높을 것이다. 많이 배웠다. 감사드린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한국 베트남의 국가간 우호관계에서 한 사람, 한 개인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 감독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베트남 국가대표 선수로서 명예를 가지고 경기해야한다. 베트남 국민들이 보고 있다. 승패는 상관없다.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경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감독으로서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베트남정신으로 최선을 다한 덕분에 2018년에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시켜드리지 않았다"라며 언제나처럼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다. "우리 콩푸엉이 14일에 들어와 베트남 선수로 2번째로 K리그에서 뛰게 된다. 쯔엉이 한국에 처음 왔었는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대표팀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꽁푸엉이 K리그에서 뛰게 됐다. 꽁푸엉이 잘 적응하도록 대사관에서 각별히 보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응우옌 대사는 "걱정 마시라, 잘 보살피겠다"고 화답했다.

이어진 오찬 자리 역시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건배사는 올해 펼쳐지는 동남아 최대 대회인 "SEA게임을 위해!"였다. 박 감독이 특유의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응우옌 대사가 "베트남이 정말 축구를 잘하는데, 막판에 위험지역에서 실수로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을 내줘 지거나 비기는 것은 너무 아쉽다"고 하자 박 감독은 "정말 잘 보셨다"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늘 위험지역에서 반칙하지 말라고 강조하는데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잘 안된다"더니 옆자리 쩐딘쫑을 바라봤다. "왜 그런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 쫑이 직접 설명해보라"고 하자 쫑은 "감독님, 저는 실수 안했는데요"라며 웃으며 받아 쳤다.

박 감독은 "올해부터는 위험지역 파울에 벌금을 물려야겠다"더니 "쫑, 치료 마치고 베트남 들어올 때 위험지역 파울에 대해 어떻게 할지, 밤 12시 이후 휴대폰 게임을 할 경우 벌금 얼마 낼지에 대해 정해서 들어오라"고 농담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식사, 주거 환경 등 한국생활을 세심하게 챙겼다. 아침식사로 빵이나 라면을 먹는다고 하자 "라면은 좋지 않다"며 정색했다. "흥이 라면 먹는 사람 이름 적어서 나한테 휴대폰 문자로 제출하라"고 하자 선수들이 "흥이 제일 많이 먹는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버지와 아들처럼 격의없는 대화 속에 '원팀' 베트남 대표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박 감독의 주선으로 베트남 선수들은 최주영 전 A대표팀 의무팀장의 인애가의원에서 혹독한 재활을 이어가고 있다. 박 감독은 수시로 최 원장과 통화하며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재활기간, 복귀시기를 일일이 확인한 후 "재활이 제일 중요하다. 마음 조급해 하지 말고 웃으면서 잘 회복하라"고 격려했다.

선수들의 여자친구, 가족관계, 집안 사정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은 오찬 자리에서도 여전히 빛났다. 아무 문제 없나?" "한국에서 필요한 것 없나?" "건의할 건 없느냐 며 끊임없이 선수들의 의견을 물었다. 응우옌 대사가 "박 감독이 유독 콩푸엉을 예뻐하시더라. 꽝하이가 골을 넣으면 무덤덤하시다가 콩푸엉이 골을 넣으면 두 손 번쩍 들고 세리머니하시더라"며 농담하자 박 감독이 "우리 선수들 똑같이 좋아한다"며 손사래 쳤다. 박 감독은 14일 콩푸엉의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을 앞두고 한국에서 재활중인 베트남 국대 선수들에게 특별 소집령을 내렸다. "콩푸엉 응원하러 꼭 참석해야 한다. 나도 갈 거다"라고 하자 선수들이 미소로 화답했다. 응우옌 대사가 "저도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감독은 이날 콩푸엉의 입단식에 참석한 후 16일 베트남에 돌아가 본격적인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삼청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