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습니다. 각도상 어쩔 수 없이 충돌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고의성 여부에 따라 심판이 판단을 하고, 비디오판독도 가능합니다"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구장에서 진행 중인 두산 베어스의 스프링캠프. 오전 훈련이 끝난 후 2루 베이스 주변으로 모여든 선수들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2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최수원 심판위원이 베이스 앞에서 몸소 시범을 보이며 신설된 베이스 충돌 방지 규정 설명에 나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부터 2루에서 더블 플레이 시도 시 슬라이딩 규정을 만들었다. 1루 주자가 2루에서 슬라이딩을 할 때 수비수를 향하면 수비 방해가 선언된다. 무조건 베이스로만 향해야 한다. 슬라이딩이 수비수보다 늦어 아웃이 된 경우에도 수비 방해 목적이 보이면 이 역시 방해로 인정된다. 그렇게 되면 주자는 물론이고 타자까지 아웃이다.
동시에 수비수가 2루에서 공을 잡기 전에 베이스에서 발을 떼더라도 주자 아웃으로 인정되던 '네이버후드 플레이'는 이제 인정되지 않는다. 무조건 2루 베이스를 밟고 공을 잡아야 주자 아웃이 선언된다.
이런 규정을 만든 이유는 주자와의 충돌에서 야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한 무리한 슬라이딩으로 인해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는 강정호가 지난 2015년 경기 도중 주자와의 2루 충돌로 큰 부상을 입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강정호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KBO는 부상 위험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고자 규정을 추가했다.
이날 최수원 심판이 선수들에게 시범을 보이면서 "앞으로 연습이 더 필요할 것이다. 고의성 여부는 심판이 판단하는데, 제대로 못봤을 경우 비디오 판독을 통한 확정이 가능하다. 주자들은 다리를 올리는 자체가 불법이다. 올해 정말 강하게 보려고 한다.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인플레이'지만, 고의성이 보이면 무조건 규정 위반이다. 종종 수비수들도 무리하게 주자를 막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주루 방해에 해당한다. 올해는 심판들이 정말 엄격하게 보려고 한다. 부상을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설명이 끝나자 선수들은 물론이고 조성환 수비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질문이 쏟아졌다. 조성환 코치는 "슬라이딩을 할 때 발 높이 차이가 있다. 엉덩이부터 슬라이딩을 하다보면 의도치 않게, 자연적으로 발이 올라가 수비수에게 닿을 수도 있지 않냐"고 물었고, 최수원 심판은 "최대한 그렇게 되지 않게끔 선수들이 연습을 해야한다.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방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루수 오재원이나 유격수 김재호도 '폭풍질문'을 쏟아냈다. 결국 최종 결정은 2루심을 포함한 심판들의 주관인데다 워낙 변수가 많은 긴박한 장면이 대다수이다보니 변수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두산 코치들은 질의응답이 끝난 후 다시 한번 선수들에게 여러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 심판진들은 나머지 팀들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규정에 대한 설명을 할 예정이다.
오키나와=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