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명예롭지 않게 그만두고 싶지 않다."
윤석민(33·KIA)은 마지막 동아줄을 붙잡고 있었다. 화려했던 옛 명성은 잊었다. 단지 어깨가 잘 버텨주기만 바랄 뿐이다.
윤석민은 6일 일본 오키나와의 킨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KIA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친 뒤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됐다. 예전에 잘했다는 건 과거 얘기일 뿐이다. 지금이 중요하다. 이렇게 명예롭지 않게 그만두고 싶지 않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밖에서 보는 건 어떨 지 모르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절치부심', 윤석민이 잡은 스프링캠프 테마다. 그래서 일찍 몸 만들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미국 개인 훈련에 이어 지난달 7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부활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KIA가 31일 오키나와로 날아가 스프링캠프를 차리기 때문에 한 달여 먼저 부활에 시동을 건 셈.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야구 트레이너 김용일 코치와 동행했다. 윤석민은 "첫 번째는 공을 빨리 던지고 어깨 상태를 좋게 만들려고 먼저 왔다. 몸이나 기능은 완벽에 가까운데 어깨 페이스가 생각보다 더디다"고 밝혔다.
윤석민이 느끼고 있는 대로 관건은 어깨 통증이다. 그는 "수술받은 부위가 100%는 될 수 없다. 80%까지는 올려야 하는데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고 있다. 지금은 50% 수준이다.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보직이든 역할만 주어지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민은 "4~5선발 역할이라기 보다 그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발이든 중간계투든 마무리든 어떤 역할이 부여 되면 무조건 뛴다. 개인적으로는 보직이 없다. 어떤 역할이라도 수행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오랫동안 쉬었고 아팠기 때문에 그 자리를 만들어간다는 다짐과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더 늦어지면 안된다. 기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조급한 건 사실이다. 경쟁하는 입장에서 처지고 있다. 좋은 몸을 잃어버린 지 5~6년이 됐다. 마지막 기회"라고 전했다.
윤석민은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자신의 아픈 과거와 구단과 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미안함,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해 있었다. KIA 최고참 투수의 투혼이 오키나와에서 성장하고 있다. 킨(일본 오키나와)=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