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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할리우드도 놀랄 농촌 좀비버스터"…'좀비 마니아' 정재영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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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렇게 신선한 농촌 좀비, 좀비 원산지인 할리우드에서도 신기해할걸요!"

조용한 농촌에 뜬금없이 나타난 좀비로 인해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 농촌 좀비버스터 '기묘한 가족'으로 돌아온 배우 정재영(49). 그가 좀비물을 도전한 이유, 또 자신만의 진정성 있는 연기 철학을 가감 없이 밝혔다.

코미디 영화 '기묘한 가족'(이민재 감독, 씨네주 제작)에서 주유소집 트러블메이커인 만덕(박인환)의 장남 박준걸을 연기한 정재영. 그가 31일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기묘한 가족'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조금 많이 모자란,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 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다룬 '기묘한 가족'. 기존 코미디 장르에 좀비물을 접목한 '기묘한 가족'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신개념 코미디로 112분간 관객을 배꼽잡게 만든다. 좀비 영화가 더는 마이너 장르가 아님을 입증한 '기묘한 가족'은 완전히 새로운 좀비 코미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대놓고 웃기는, 대환장 좀비 코믹 파티로 정신없이 웃게 만드는 정통 코미디가 탄생한 것.

불모지였던 좀비 소재에 한국적인 정서를 더하며 1000만 관객이라는 큰 성공을 거둔 좀비버스터 '부산행'(16, 연상호 감독) 이후 조선판 좀비 영화 '창궐'(18, 김성훈 감독),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킹덤'(김은희 극본, 김성훈 연출), 그리고 '기묘한 가족'까지 좀비물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묘한 가족'이 '부산행'만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정재영은 '기묘한 가족'에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차진 욕이 매력적인 주유소집 장남 준걸로 역대급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그는 만삭 아내 남주(엄지원)의 눈치를 보는 우유부단, 소심한 가장이지만 가족의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기묘한 가족'의 행동대장으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갑자기 나타나 가족을 동요시키는 쫑비(정가람)를 시종일관 경계, 아내 남주와 동생 민걸(김남길), 해걸(이수경)을 위기에서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날 정재영은 '기묘한 가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기묘한 가족'은 촬영한 지 1년이 다 됐다. 시나리오 받은 지는 2년 반 정도 지났다. 그 전부터 좀비물을 좋아해 마니아처럼 작품을 찾아볼 정도였다. 좀비물에 대한 모든 영화를 거의 다 봤다. 좀비물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좀비의 대중화를 일궈낸 '28일 후'(03, 대니 보일 감독)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그 작품 이후 좀비의 체계가 잡혔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월드워Z'(13, 마크 포스터 감독)에서 좀비물의 정점을 찍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좀비물로는 '부산행'을 영화관에서 봤고 '창궐'은 당시 촬영 중이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킹덤'은 공개된 후 바로 봤다. 이렇듯 좀비물에 대한 관심이 많고 마니아로서 한국에서 좀비물을 만든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농촌에서 좀비가 등장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신선했다. 여기에 가족, 동네 사람들의 관계 등이 너무 재미있었다. 좀비에 물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나오는 증상을 역으로 이용해 회춘이 온다는 발상도 재미있었다. 그걸로 인해 가족이 돈벌이를 한다는 것도 웃겼고 일단 좀비를 이용한 코미디는 많이 없었는데 '기묘한 가족'이 좀비를 이용한 코미디를 만들어 재밌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기묘한 가족'은 아쉬운 점도 많다. 아직 개봉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완성도를 위한 음악 작업을 비롯해 후반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어제(30일) 시사회 이후 젊은 관객에겐 호의적이다고 들었다. 블라인드 시사회를 할 때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관객은 열광하는 데 중후반의 관객은 공감을 못 하는 부분도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재영은 또 "앞서 공개된 한국판 좀비물과 비교가 되고 있다. 다만 앞선 작품들과 '기묘한 가족'이 다른 지점은 전작들은 정석적인 좀비물이라고 하면 우리는 정통을 풍자한 좀비다. 좀비가 정통이 있다는 것 자체도 웃기지만 농촌에 나타난 좀비라는 가설 하나로 기존의 좀비물과 다른 신선함은 있는 것 같다"며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기묘한 가족'이다. 그러나 한 가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신선하다는 점이다. 좀비물의 원산지인 할리우드에서도 드문 소재다. 이런 상황과 이런 설정은 처음 보는 영화다. '좀비랜드'(09, 루벤 플레셔 감독)도 B급 설정의 좀비물이었는데 그 작품에 비교하면 우리 영화가 더 신선한 것 같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유심히 보면 튈 수는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 본다면 아주 유쾌하고 독특한 영화로 볼 것 같다"고 자신했다.

정재영은 '기묘한 가족'으로 오랜만에 코미디에 도전한 것에 대해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라고 하지만 사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15, 정기훈 감독)도 코미디였다. 딱히 코미디라고 규정 짓고 들어간 작품은 아니다. 아무리 웃긴 작품이라도 그 안에 메시지가 들어있지 않나? '기묘한 가족'을 코미디 장르라고 선을 긋고 싶지 않다. 코미디라는 장르라고 해서 특별한 연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모든 영화에는 유머가 현실처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예상치 않은 유머가 있지 않나? 영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스릴러인 '이끼'(10, 강우석 감독) 같은 경우에서도 유머가 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유머가 보이는데 그걸 잘 살리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재영은 자신의 남다른 연기 소신, 철학에 대해 "연기를 하면서 슬럼프가 아닌 적이 드물었다. 소속사가 없었던 시기도 많고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영화 '이끼'(10, 강우석 감독)를 할 때도 소속사가 없었다. 활동이 가장 많았을 때였는데 소속사 없이 활동을 해왔다. 지금은 소속사가 있지만 여전히 슬럼프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슬럼프인가? 정점인가?' 생각하고 일희일비하게 됐을 때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슬펌프는 본인의 탓도 있고 여러 상황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게 흥행이 배우의 타율을 매기지 않나?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부분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타석에 들어가는 배우는 없다는 것이다. 타석에 들어가고 나서야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그는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 장르를 구별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로지 신선한 지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내 작품 선택 방식이 슬럼프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연기하는 배우로 일단 즐겁게 연기하고 싶고 그래서 신선한 작품을 좋아한다. 그 부분에서 끌리고 장르나 다른 상황은 그다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장르 자체가 신선하면 좋겠다. 신선한 게 없으면 밋밋하고 지루하더라. 예전 공연할 때도 장기 공연한 적이 없다. 잘 된 작품이 주로 장기 공연을 하는데 나는 한 번도 장기 공연을 한 적이 없다. 아무리 재미있는 공연도 반복하면 연기하는 사람도 지루하고 보는 사람도 지루해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내 방식이 큰 리스크로 다가올 때가 있지만 내 취향을 믿고 싶다. 자신감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묘한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특별한 남자로 인해 개성 넘치는 가족과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발칵 뒤집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코미디다.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박인환이 가세했고 이민재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오는 2월 14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