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이 삐끗했다. 대형 유망주에 대한 기대치와 부담감이 드러난다.
두산 베어스는 오는 31일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한다. 이번 캠프 참가 선수 명단 중 올해 입단한 신인은 송승환과 김문수다. 두 사람 모두 내야수다. 원래 캠프에 가기로 한 신인은 김대한과 송승환이었다. 하지만 김대한이 캠프 출발 직전 부상을 입으면서 김문수가 함께 가게 됐다.
1차지명 신인인 김대한은 지난 21일 개인 훈련 도중 옆구리 부상을 입었다. 타격 훈련을 하다가 통증을 느꼈고, 이튿날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왼쪽 외복사근 미세 손상. 큰 부상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무조건 쉬면서 회복을 해야 한다. 일단은 훈련을 중단하고 부상 회복에만 전념하고 있다. 김대한은 오는 2월 7일 다시 한번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본 후 상태가 괜찮으면 1군 캠프가 아닌 대만 2군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회복 속도나 훈련 컨디션에 따라 실전 경기 투입 시기 등도 결정된다.
김대한이 타격 훈련 도중 이런 부상을 입은 것은 첫 시즌에 대한 의욕이 엿보인다. 특히 김대한은 고교 시절 투수와 타자가 모두 가능한 자원으로 입단 당시 기대를 받았다. 두산도 서울권 1번 지명권을 가진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주저 없이 김대한을 택했다.
여기에 포지션을 투수가 아닌 타자로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명 당시에는 김대한이 투수로 뛰게 될 확률이 높았다. 일단 어깨가 좋고, 150km을 뿌리는 강속구 투수를 쉽게 포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산의 풍부한 야수 자원을 생각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김태형 감독도 여러차례 투수 김대한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의 의사는 확고했다. 타자로 뛰고 싶어 하는데다 자신감도 컸다. 투수에 대한 불확실성보다는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포지션을 하는 게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대한이 외야수로 첫 시즌을 준비한 이유다.
1차 지명 신인인데다 이런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신인왕인 KT 위즈 강백호와 비슷한 케이스다. 강백호도 투타 겸업이 가능한 선수였고, 입단 후에 야수로 뛰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김대한 역시 이런 부담감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당장 시작될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신인의 입장이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 가짐이 남달랐을 것이다.
당장 캠프를 가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급할 수록 돌아가는 게 해답일 수도 있다. 한 발짝 물러서서 더 여유를 가지고 준비할 시간을 갖는 것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