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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만의 Why not?]'베이징행' 김민재가 비난받을 이유,단 1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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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입단 2년만에 국내 최고의 중앙 수비수로 입지를 굳힌 김민재(23·전북 현대)가 중국 슈퍼리그(1부) 베이징 궈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아시안컵 기간에 김민재의 진로에 관한 추측성 보도들이 나왔지만, 최종 결과는 이미 예정된 대로 중국행이었다.

김민재의 현 소속팀 전북 현대는 29일 김민재의 베이징 궈안 이적을 최종 발표했다. 양 구단 측은 김민재의 이적 조건을 비공개했으나 중국 슈퍼리그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이적료가 600만달러(추정, 한화 약 67억원) 수준이고, 김민재의 연봉은 300만달러(한화 약 34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김민재의 베이징 입단을 바라보는 축구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상당수 축구 팬들은 "김민재가 돈을 쫓아 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중국화'라는 프레임을 들이대며 김민재의 성장 정체를 우려하기도 한다.

▶직업인으로서 '프로'의 선택, 왜 비난받아야 하나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비난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김민재는 프로 선수다. 비정상적이거나 불법적인 계약이 아니라면 어느 리그를 가든 그건 김민재의 선택이고,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할 일이다. 수 십억원의 연봉을 제시하며 자신을 강력하게 원하는 팀이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돈보다 꿈과 미래를 쫓아야 한다'는 식의 지적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상론일 뿐이다. 그리고 중국리그에 간다고 해서 김민재의 성장이 멈춘다거나 미래가 어두워진다는 전망도 너무나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다.

김민재가 어떤 인물인가. 프로 입단 2년 만에 오로지 자신의 순수한 실력 하나만으로 성공의 위치에 올라선 인물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비록 한국이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김민재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중앙 수비수로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었고, '숨은 공격옵션'으로 대표팀내 최다인 2골을 넣었다. 23세 선수가 자기 힘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앞으로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인재다.

베이징이 이적료와 연봉으로만 거의 100억원 이상(추정치)을 투자한 이유도 이런 김민재의 '실력' 하나만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될 젊은 선수의 이런 성취는 그 자체로 박수받아야 한다.

▶비즈니스의 상식, 거래는 순리대로 가야한다

두 번째 이유는 '비즈니스의 투명성'이다. 프로구단은 일종의 기업체이며, 선수의 이적은 기업 사이의 비즈니스 거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계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은 순리대로 진행되는 게 맞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다른 구단의, 실체조차 불명확한 제안 때문에 우선 협상 파트너와 거의 마무리 된 딜을 뒤엎는다는 건 비상식적이고 대단히 무례한 일이다.

전북과 베이징 궈안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김민재의 입단 협상을 진행해왔다. 베이징 궈안 슈미트 감독이 직접 지난해 말 김민재와 통화까지 하며 강하게 영입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이적 협상이 진행됐고, 지난해 말 사실상 최종 합의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왓포드가 뒤늦게 에이전트를 통해서 김민재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제약 조건이 매우 많았다. 촉박한 이적 시한과 워크 퍼밋 문제가 걸렸다. 게다가 왓포드가 전폭적으로 나선 상황도 아니고 에이전트가 주도했다. 그러다 보니 제안 자체가 구체적일 수 없었다.

비유를 하자면 양가(전북-베이징)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이적) 날짜만 남겨둔 상황에 갑자기 매파가 등장해 다른 집(왓포드)의 혼담을 슬쩍 넣은 셈이다. 정작 그 집안에서는 실제 결혼을 진행할 지도 정확히 결정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여기까지 진행된 상황을 뒤엎고, 왓포드와 다시 원점부터 협상을 진행한다는 건 비즈니스 상식으로는 말도 안된다. 설령 무리해서 진행한다고 해도, 그렇게 되면 전북 구단이나 김민재의 신뢰도는 곤두박질할 게 뻔하다.

결론적으로 김민재의 베이징행은 젊은 축구인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김민재의 커리어는 이제 본격적으로 꽃망울을 터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뒤에 다시 해외 빅리그로 진출하지 말란 법도 없다. 마치 '히딩크-박지성'의 사례처럼 베이징의 독일 출신 슈미트 감독이 김민재를 인정하고 또 다른 커리어로 인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김민재가 중국에서 한층 더 큰 선수로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