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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인터뷰]박항서 감독,일본-이란 3대0 본 소감?"축구는 상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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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4시5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년 앞만 보고 쉴새없이 달려온 그가 처음으로 쉼표를 찍었다. 가족들과 함께 설을 쇠기 위해 아시안컵 종료 직후 한국을 찾았다. 일상에 이른 새벽 공항에 도착했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만면에 미소가 흘렀다.

이날 공항 인터뷰에서도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이 이란을 3대0으로 완파한 것이 화제가 됐다. 박 감독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하노이 공항 라운지에서 일본과 이란의 준결승전을 봤다고 했다. "2-0까지 이기는 것을 공항 라운지에서 보고 왔다"면서 "역시 축구는 상대성이다. 일본 별로 잘 못하는 것 같더니…(웃음) 이란하고 하니 또 잘하더라"고 평했다.

베트남은 8강에서 난적 일본을 상대로 분투끝에 0대1로 패했다. 2007년 이후 12년만에 8강행 목표를 이뤘다. 베트남이 8강에서 일본과 잘했는데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겸손했다. "아쉽긴…, 망신 안당한 것만도 다행"이라며 웃었다. "0대1로 진 것만도 다행이다. 일본이라는 팀은 경험이 많고 개인 능력를 가진 선수들도 많다. 조직력, 능력치가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 부임 이후 지난 1년간 이어진 베트남 축구의 폭풍성장, 23세 이하 아시아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특히 지난해말 스즈키컵 우승 등 나가는 대회마다 새 역사를 썼다. 스즈키컵 직후 체력이 고갈돼 힘든 상황에서도 아시안컵 8강에 오른 비결을 묻자 박 감독은 "운이 많이 따랐다"며 늘 그랬듯 자신을 낮췄다.

"사실은 스즈키컵 끝나고 아시안컵 갔을 때는 선수들이 스즈키컵에 올인했다보니 동기부여, 목표의식이 좀 떨어졌었다. 제가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던져도 스즈키컵때보다는 좀 와닿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라크전 역전패 당하고 이란한테 지고 분위기 가라앉았다가 예멘 이기고 극적으로 16강 가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 그래서 아시안컵은 사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준비 기간도 부족했고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했는데, 목표달성을 해서 다행"이라며 미소 지었다.

거짓말 같은 '박항서 매직'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제 베트남 국민들은 카타르 월드컵 티켓을 바라더라'는 말에 박 감독은 "우리 베트남? 베트남은 아직 그렇게까지…"라며 말을 줄였다. 현재의 인기나 성적에 도취되지도 안주하지도 않았다. "베트남 언론들도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우리는 월드컵 언제 갈 수 있냐고. 그러면 '너 준비돼 있느냐'고 내가 오히려 반문한다.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당장 여기서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 했다고 아시아 톱 레벨에 들어갔다고 생각지 않는다. 앞으로 10년을 준비해야한다. 10~15세 어린 선수들에게 집중투자해야 한다.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베트남이 일본과의 8강전에서 진 후 귀국하던 날까지 그는 경기장을 지켰다. 이영진 수석코치와 함께 한국-카타르의 8강전을 관중석에서 응원하며 지켜봤다. "선수들이 잘 뛰었는데 상대 중거리 슈팅 한번에…. 그래서 축구가 어렵다"는 말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았는데 쉽게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하는 것을 위에서 보면서 안타까웠다. 벤치에 있는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오죽했겠나"라고 했다.

'카타르전 보면서 혹시 3월 한국과의 A매치 준비하신 것 아닌가?'라는 돌발 질문에 박 감독은 손사래쳤다. "손흥민이 우리 경기 때 오겠나. 해외파 안올 건데… 뻔한 건데"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베트남은 한국, 일본, 이란과 베트남은 경기할 기회가 없다. 아시아팀들과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경험이 된다. 이겨야겠다보다는 우리 선수들이 어리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경험을 주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기대 많이 하시니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