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새 역사의 흐름 앞에 섰다. 지난해 8월 돛을 올린 벤투호가 출항 6개월 만에 변화의 순간과 마주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1960년 이후 59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했지만, 8강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대표팀의 중심을 잡았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은퇴를 선언했다. 부상으로 낙마한 '중원의 키' 기성용(뉴캐슬) 역시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블루드래곤' 이청용(보훔)도 거취를 고민 중이다.
변화.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어두웠던 2019년 1월을 뒤로하고, 밝은 내일을 향해 걸어 나가야 한다. 먼 앞을 내다보고 새 틀 짜기에 돌입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해외파 어린 선수들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리그에서는 '한국의 미래' 두 명의 선수가 나란히 1군 무대를 밟았다. 2001년생 이강인(발렌시아)은 지난해 코파 델 레이(국왕컵) 16강에서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뒤 꾸준히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강인은 코파 델 레이 4경기 연속 선발 출전은 물론, 최근에는 정규리그 1부리그 2경기에 조커로 투입돼 잠재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17일 세군다B(3부) 경기 후 1군으로 '콜업'된 후 계속 베스트 멤버들과 1군에서 생활하고 있다.
백승호(지로나)도 스페인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백승호는 28일 FC바르셀로나와의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후반 41분 교체 투입됐다. 추가 시간을 포함해 7분가량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해 8월 지로나에 새 둥지를 튼 백승호는 지난 10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코파 델 레이 출전에 이어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부상으로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권창훈(디종)도 다시 달린다. 권창훈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직전 소속팀 경기 중 오른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며 크게 다쳤다. 수술 후 7개월여의 재활을 거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6일 쉴티히하임(4부)과의 프랑스 FA컵 64강 원정 경기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이번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분위기를 탄 권창훈은 27일 AS모나코와의 2018~2019시즌 리그1 홈경기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 전반 24분 결승골을 터트렸다. 권창훈측 관계자는 "100% 회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철저하게 관리하며 경기를 뛰고 있다. 치열한 재활을 마치고 몸을 조금씩 끌어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등이 빅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이며 밝은 내일을 노래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벤투 감독의 결단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뒤 황인범(대전) 김문환(부산) 등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그러나 선수 기용 폭은 넓지 않다. 손흥민(토트넘) 김영권 황의조(이상 감바 오사카) 등 주축 선수 위주로 경기를 치렀다. 새 판 앞에 놓인 벤투 감독. 과연 새 얼굴을 어느 수준으로 활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