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말맛'이 살아있는 이병헌 감독표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이 제대로 통했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한직업'(어바웃필름 제작)이 개봉 첫 주차인 지난 주말에만 무려 전국 관객 231만3187명을 동원했다. 개봉 5일만에 누적관객수 313만7896명을 모으며 독보적인 흥행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26일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1월 최다 일일 관객수를 넘어선 데 이어 27일 무려 103만 관객을 동원해 또 다시 역대 1월 최다 일일 관객수를 경신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4일 만에 200만,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7번방의 선물', '수상한 그녀' 등 역대 코미디 영화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1000만 영화 '베테랑'(276만), '도둑들'(284만)의 개봉 첫 주 누적 관객수마저 가뿐히 넘어섰다.코미디 장르에 대한 관객의 니즈가 높아진 상황에서 등장한 '극한직업'의 독보적인 흥행은 어찌보면 예견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충무로에는 막대한 제작비와 스케일, 그에 걸맞는 의미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묵직한 영화들이 쏟아졌다. 동시에 관객들의 피로도도 한껏 높아졌다. 지난 해 추석, 연말 등 극장가 성수기에 개봉한 무거운 소재의 한국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 참패를 맛본데 비해, 연초 개봉한 가벼운 코미디 영화 '내안의 그놈'(강효진 감독)이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표를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극한직업'은 영화 '스물', '바람 바람 바람' 등을 선보이며 이미 코미디 영화에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인 이병헌 감독의 신작으로 코미디 영화를 찾던 관객들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시켜줬다. 특히 이 감독 특유의 능청스럽고 센스 넘치는 대사와 '7번방의 선물',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온 류승룡을 필두로한 주연 배우들의 코믹 시너지는 절묘한 안성맞춤이었다.'극한직업'은 또 과장된 몸짓과 상스러운 대사로 휘발성 웃음을 자아냈던 과거의 수준 낮은 한국 코미디 영화와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이병헌 감독은 앞서 코미디에 최적화된 연출력을 보여주면서도 성적 코미디를 강조하는 몇몇 설정들과 대사들로 여성 관객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극한직업'에서는 여성을 성적으로 소구하거나 특정 계급, 혹은 계층에 대한 비하없이 유쾌한 에너지만으로 극을 이끌었다.
여기에다 지나치다 싶은 오버스러운 코미디를 영화의 중반부까지 깔아 놓은 후 후반에는 뜬금없는 감동코드와 억지신파로 눈물을 쥐어짜는, 오랜 한국 코미디 영화가 벗어나지 못했던 전형성까지 과감히 탈피,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순도 100%의 코미디를 완성했다.
올해 초 개봉해 박스오피스 1,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지난해 처참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던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워줬던 '말모이'(엄유나 감독), '내안의 그놈'의 배턴을 이어받아 독보적인 흥행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극한직업'. '극한직업'이 다가오는 설 연휴 극장가까지 장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뜨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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