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6부작 드라마 '킹덤'이 베일을 벗었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등 연기파배우들이 출연하고 '터널'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킹덤'은 넷플릭스라는 OTT(Over The Top·인터넷망을 통해서 제공되는 영상 콘텐츠)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여느 드라마 못지않은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완성도는 지상파 드라마를 뛰어넘는다는 평이다.
김은희 작가는 18일 인터뷰에서 "나도 6부작은 처음해봐서 템포가 맞나 걱정이 된다. 시즌 1에서 뿌린 '떡밥'들은 시즌2에서 대부분 거둬들인다"며 "물론 못풀고 넘어가는 이야기가 있는데 일부러 '떡밥'들을 뿌리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들의 전사를 이야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16부작 드라마를 쓰다 6부작을 쓰다보니 시즌1은 정말 힘들었다. 16부작보다 6부작이 더 쓰기 편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 '무한상사'도 힘들었다"고 웃었다.
시즌2의 집필은 끝난 상태다. 2월부터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즌3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나지 않았다. 김 작가는 "시즌3는 이제 시즌1의 반응을 보고 결절될 것 같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조회수 공개를 하지 않는데 반응을 어떻게 아나"라는 질문에는 "담당자의 표정이나 자세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잘되면 먼저 연락이 올 것 같다"고 웃었다.
'킹덤'은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소재인 '좀비'를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당시의 배고픔을 설명하고 싶었다"며 "외국 좀비물은 바이러스 등 다른 요소들로 인해 좀비가 생긴다. 하지만 '킹덤'에서는 배고픔 때문에 좀비가 된다.감독님에게도 이 부분은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더 잔인하게 묘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좀비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그는 "어쩔수 없이 잔인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 가장 맞는 얘기 같다. 그래도 시즌1에서는 주요인물은 한명도 안죽는다"고 웃었다. 덧붙여 그는 "PPL에 대한 제약도 없고 다른 플랫폼 드라마보다는 자유로웠다. 처음 이 소재를 생각했을 때 지상파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 '신의 나라'라는 만화로 먼저 냈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접촉이 왔고 이 소재가 맞겠다 싶어 제안을 했다. 어찌보면 소원성취같은 작품이다"라고 털어놨다.
김은희 작가는 "이미 나는 10번 넘게 봤다. 볼 때마다 '좀더 잘 쓸걸'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모든 작품에서 그랬던 것 같다. 항상 완벽하게 좋았다는 건 없었다. 다음엔 더 열심히 하겠다"고 웃었다. 이어 "진짜 좀비물을 좋아한다. 좀비를 봤을 때 슬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식탐 밖에 남지 않은 생명체이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조선 시대 많이 피폐하고 힘들었던 시대에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했다.
남편인 장한준 감독은 김 작가에 대해 "정말 부지런하다"고 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작가 본인은 "아마 자기가 게을러서 그런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내가 아는 작가들은 다들 이정도는 한다. 쉬러 갔을 때도 노트북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웃었다.
덧붙여 "쉴 때는 뭘하나"라는 질문에 "항상 일이 마무리되면 새벽 3~4시가 된 것 같다. 그럼 맥주를 준비한다"고 웃으며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 한다"고 털어놨다. "이제 SF물이나 호러물을 하고 싶다"고 말한 그는 "로맨틱코미디는 못하겠다. 사랑이 과연 있을까"라고 되물은 뒤 "남편은 21년 동안 같이 살다보니 좋은 친구다"라고 웃었다.
그는 또 "난 살림도 잘 못하고 애도 잘 못키운다. 살림 잘하는 사람들 보면 부럽다"며 "내가 잘할수 있는게 글밖에 없다.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글을 열심히 쓴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줌마의 시선으로 밖에 못본다. 그래서 회의를 자주 하고 자료조사도 더 열심히 한다. 그래야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막히면 내안에서 다 나왔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