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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박항서 감독이 말하는 '아시안컵, 관심 그리고 벤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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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미스터 박, 포토 플리즈!" "사인 플리즈!"

인터뷰 내내 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사인과 사진 요청을 바라는 팬들이 계속 찾아왔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의 인기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도 계속됐다. 박 감독은 환한 웃음으로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줬다. 25일 아부다비 공항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아시안컵 8강 업적을 이룩한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로 떠나는 길이었다. 베트남 대표팀은 태국 방콕을 경유해 하노이로 향했다.

▶성과

아시안컵 8강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베트남은 8강전에서 일본에 0대1로 졌다. 역사를 새로 썼다. 베트남이 역대 아시안컵에서 거둔 최고의 성과였다. 2007년 대회에서도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공동개최한 대회였다. 토너먼트도 8강부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16강을 치르고 8강까지 올랐다. 원정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처음으로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거뒀다. 최고의 성과임에 틀림없었다.

화려한 성공 뒤에는 심각한 고민이 있었다. 목표 상실.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7년 말 베트남 축구협회와 계약을 맺은 뒤 1년만에 거둔 성과였다.

그 사이에도 계속 베트남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었다. 지난해 1월 중국에서 개최된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에 올랐다. 그리고 스즈키컵 우승. 베트남 전체가 열광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박 감독에게 온갖 찬사가 날아들었다.

그 사이 박 감독의 고민은 깊어갔다. 아시안컵이었다.

"스즈키컵이 끝나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목표는 스즈키컵 우승이었잖아요. 목표를 달성했잖아요. 나태해질 수도 있고 후유증도 있을 수 있고요. 동기 유발이 부족하지 않을까. 고민이 깊었어요."

베트남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2패에 머물렀다. 이라크에게 2대3, 이란에게 0대2로 졌다. 패배가 약이 됐다. 베트남 대표팀은 달라지고 있었다.

"이라크전에서 최소한 비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졌잖아요. 의욕이 떨어지기는 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선수들 사이에 형성이 되더라고요. 이란한테는 0대2로 졌지만요. 예멘전에서 해보자는 분위기가 나오더락요. 그리고 예멘에게 2대0 승리하고 극적으로 16강에 올라가니까요. 사기가 많이 오르더라고요. 그 덕분에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요. 허허허."

일본과의 8강전 결과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박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뭐하지만요. 경기 끝나고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여기서 만족하지 말자고 이야기했어요. 허허허."

▶관심과 찬사

2018년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리고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러나 감독 자리는 언제나 살얼음판 위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여론도 돌아선다. 박 감독도 이런 생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내가 인기를 얻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평탄했고요. 운좋게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인데요. 사실 너무 큰 관심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담도 가요. 괜히 나 때문에 가족들이 상처받을까봐요."

박 감독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이영진 수석코치가 큰 힘이 됐다.

"사실 이 코치와는 처음으로 일을 하는 거에요. 물론 오랫동안 알고 있기는 했죠. 나한테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에요. 그냥 내가 결정만 할 수 있게 모든 것을 만들어놓아요. 자신이 감독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감독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죠. 정말 고마워요. 저런 좋은 지도자를 왜 한국에서 안 쓰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일단 올해 1년만 더 나와 함께 고생해야하지만요. 정말 능력이 출중한 친구에요. 일당백을 하는 친구. 이번에도 아랍에미리트에 있는데 GS걸설 사장님을 이 코치가 알더라고요.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각종 먹거리도 후원받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허허허."

▶목표

이제 베트남은 또 다른 목표를 앞두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이다. 그리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도 있다.

박 감독은 말을 아꼈다. 한국에서 나오는 기사들이 모두 베트남에서도 번역이 된다. 박 감독은 일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3월에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이 있어요. 6월부터는 월드컵 1차 예선도 있죠. 선택과 집중을 해야해요. 일단 들어가면 울산현대하고 연습 경기가 있어요. 그리고 휴가를 논의한 뒤에 재충전 해야죠."

그리고 박 감독은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었다.

"베트남은 유스팀이 아주 열악해요. 지금 20대 중반 선수들이 10년 후에는 은퇴해야 해요. 지금 10대 선수들이 2022년 카타르월드컵, 2026년 캐나다-미국-멕시코 월드컵에 나서야 합니다. 누가 대표팀 감독으로 오더라도 그 때 좋은 성적을 기대하려면 유스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베트남에 있는 동안 그런 시스템 구축에 일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에 대해 물었다. 베트남이 아랍에미리트를 떠나는 날. 한국은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0대1로 졌다. 박 감독도 현장에서 한국의 패배를 지켜봤다.

"뭐라고 말할 위치도 아니고요.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박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그냥 당부 한 마디를 남겼다.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켜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