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2019년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문제가 불거진 A대표팀 의무 지원팀 시스템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 '팀 닥터(주치의)' 선정 방식과 의무 트레이너(계약직) 처우 개선 등의 종합적인 검토 및 보완 작업을 시작한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 문제가 대회 기간 중 드러나 아쉽다. 미리 이 같은 위험 요소를 제거하지 못했다. 이번에 잘 살펴서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28일 밝혔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 벤투호는 대회 기간 중 의무팀에서 발생한 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게다가 한국 축구대표팀은 8강전서 카타르에 0대1로 패하고 말았다. 대표팀과 동행해 아랍에미리트(UAE)로 갔던 재활 트레이너 2명이 차례로 선수단을 떠났다. 베테랑 트레이너 A씨가 지난 2일, 또 다른 의무 트레이너 B씨가 23일 선수단을 나와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 대회 전부터 부상 선수가 연달아 나왔고, 대회 개막 후에도 부상자가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 공격수 나상호가 대회 전 부상으로 낙마했고, 팀의 정신적 지주 미드필더 기성용은 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중도 이탈했다. 이재성도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다. 이러자 일부에서 현 대표팀 팀 닥터의 전공(내과)이 외과 부상이 더 많을 수 있는 축구 대표팀과 적합하느냐는 얘기로 이어졌다.
김판곤 축구협회 부회장(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축구팬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자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협회 행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죄송하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실수를 인정한 축구협회는 두 가지를 손보려고 한다. 첫째는 현재 의무 트레이너 고용 및 처우 문제다. 이번에 갑자기 팀을 떠난 A씨와 B씨 처럼 축구협회가 고용하는 의무 트레이너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했다. 그동안 그들은 신분 안정을 위해 다년 계약 또는 정규직 계약을 원했다. 그렇지만 축구협회는 여러 조건 등 내부 사정을 이유로 단기 계약을 해왔다. 하필 연말과 연초에 아시안컵 준비와 대회가 겹쳐 이들의 계약 종료 및 재계약 시점과 맞물렸다. 협회가 A~B씨와 계약을 완벽하지 마무리하지 못한 채 그들을 중동으로 보냈다. 둘은 구두로 주고받은 약속을 인정하지 못하며 자신들의 계약 기간 종료 시점에 대표팀을 떠났다. 한명은 최근 중국 축구 대표팀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슈퍼리그 한 에이전트는 "KFA(대한축구협회)에서 받았던 대우 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우리가 국내 다른 스포츠 단체 중에선 의무 트레이너에게 나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의무 트레이너 계약 기간을 좀더 논의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소속감과 동기부여를 위해 3~4년 장기 계약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둘째는 주치의 선정 방식 재검토다. 지금까지는 의무분과위원장의 의중이 주치의 선정에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의무분과위원장은 의무위원들의 얘기를 듣는다. 협회는 "그동안 주치의 선발 과정은 분명한 매뉴얼이 없었다고 보는게 맞다. 이번 기회에 선정 과정을 검토해보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팀 주치의의 전문성에 대해선 의료 전문 분야라는 특수성이 있어 일반적인 시각으로 어느 전공자가 낫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 관계 전문가는 "선수들이 어디서 어떻게 어디가 아플 지를 알 수 없다. 뱃속이 아플 수도 있고, 다리에 금이 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외과 전문의 여럿을 대동할 수도 없다. 결국 어떤 전공의 팀 닥터가 오더라도 의무분과위원장과 상의를 하게 마련이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