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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옵션 기준, '팀워크' 중심으로 흐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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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FA와 원소속구단의 협상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 FA 15명 가운데 27일 현재 8명이 계약을 마쳤다. 남은 FA는 이용규 최진행 금민철 김민성 이보근 윤성환 노경은 등 7명이다. 이들은 전지훈련이 시작되는 2월 1일 이전 계약에 합의해야 동료들과 함께 전훈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시간이 아까운 쪽은 구단이 아니라 해당 FA들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계약이 속속 성사되고 있다. 27일 송광민이 한화 이글스와 2년 계약을 했고, 앞서 지난 25일에는 김상수가 삼성 라이온즈와 3년 계약에 합의했다. FA 시장이 열린 지 2개월 이상이 지나면서 협상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이런 '속도'에는 옵션, 즉 인센티브 조항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계약이 완료된 FA 8명 가운데 양의지(NC 다이노스)와 이재원(SK 와이번스)을 제외한 6명이 인센티브 조항을 넣었다. 인센티브 조항은 양측이 보장 금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완충 역할을 한다. 인센티브란 일정한 성적을 올리면 받는 보너스다. 구단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이고, 선수에게는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센티브 조건의 수준이다. 얼마나 쉽게 달성할 수 있느냐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 인센티브 조항을 설정하기로 합의하고도 협상이 길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센티브 조건으로는 보통 투수의 경우 승수, 홀드, 세이브, 탈삼진, 타자는 타율, 홈런, 타점 등 개인 타이틀 부문과 관련된 수치들이 제시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항목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투수의 경우 등판 경기수, 투구이닝, 퀄리티스타트, 터프 및 블론세이브, 타자의 경우에는 출전 경기수, 타석수, 출루율, 득점권 타율 등이 주요 인센티브 항목으로 등장한다. 하나같이 '팀 워크'와 관련된 항목들이다. 투수든 타자든 경기수는 부상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투수의 퀄리티스타트와 터프세이브는 집중력이 요구되는 조건이고, 타자의 출루율과 득점권 타율은 팀 플레이를 의미한다. 메이저리그 방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투구이닝, 출전경기수, 타석수를 인센티브 기준으로 설정한다. 아프지 않고 많이 뛰면 돈을 주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팀 성적'이 인센티브 조건으로 내걸리는 선수들도 있다. 고참으로서,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이다. 팀 성적, 즉 팀 순위에 따라 인센티브 금액이 달라진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등 단계별로 주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조건이 얼마나 달성 가능한가는 주관적 판단에 달렸다. 구단쪽에서는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쉽다"고 말하지만, 선수는 "그 정도면 정말 좋았을 때의 성적"이라며 수준을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이 때문에 인센티브의 기준은 계약 직전 몇 개 시즌의 평균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는 해당팀 주전 선수들의 직전 시즌 평균치로도 산정된다. 평균치는 곧 기대치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팀 워크 관련 인센티브 조건을 건 FA는 LG 트윈스 박용택, SK 최 정, KT 위즈 박경수, NC 모창민, 삼성 김상수 등 이번에 계약한 선수들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SK와 생애 두 번째 FA 계약을 한 최 정은 6년간 총액 106억원 중 인센티브가 6억원인데, 이같은 조건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2년간 총액 25억원에 계약한 박용택도 LG를 상징하는 선수로서 리더십을 보여달라는 의미로 1억원의 인센티브 조건이 잡혔다. 박경수도 KT와 3년 26억원에 계약하면서 팀 워크와 관련해 총 6억원의 인센티브 조건을 달았다.

이러한 인센티브 제도에는 맹점이 있다. 일단 기준을 달성한 후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일정 투구이닝을 넘기면 컨디션 난조로 쉬는 투수가 간혹 있는데, 대부분 인센티브 조건을 채운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