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대체 불가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윤세아의 'SKY 캐슬' 명장면·명대사가 공개됐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윤세아는 박사과정을 수료한 전업주부 노승혜로 변신해 매주 보는 이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속 시원한 대사와 현명하고 사랑스러운 외유내강의 매력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윤세아가 맡은 노승혜는 수십 년간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편의 뜻에 따라 순종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자식을 욕망의 수단으로 여기는 남편의 가치관이 버거워졌고 엄마로서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변화해가는 인물이다. 윤세아는 이러한 성장형 엄마 노승혜의 모습을 우아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표현해 많은 부모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물론, 탁월한 연기 내공을 재증명했다.
고상한 외모와 목소리로 날리는 통쾌한 돌직구와 주부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애틋한 모성애까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강타한 'SKY 캐슬' 속 윤세아의 장면과 대사들을 되짚어봤다.
◆ '별빛승혜'의 시작 "망치 좀 빌려주실래요?" - 5회
노승혜(윤세아)가 인고의 시간 끝에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반란을 시작한 장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오마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승혜는 쌍둥이 아들 차서준(김동희), 차기준(조병규)의 경쟁을 부추기고 압박하는 남편 차민혁(김병철)의 교육방식을 저지하고자 스터디룸을 개조했다. 망치로 직접 방음벽을 부수고 난 뒤 감격에 젖은 윤세아의 표정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윤세아는 이날 이후 노승혜의 해방감을 표현한 환희의 미소로 '빛승혜', '별빛승혜'라는 애칭을 얻었다.
◆ "도무지 주부를 존중할 줄 모르니" "오늘은 매운맛이에요" - 6회
바뀐 스터디룸을 보고 화가 난 민혁은 승혜의 신용카드를 자르고, 다시 원상복구하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승혜는 예전처럼 굴복하지 않고 당당했다. 남편의 저녁으로 컵라면을 내놓으며 "도무지 주부를 존중할 줄 모르니 밥상 차리는 일이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지, 정성껏 차린 저녁을 먹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것부터 깨닫게 해주려고요"라며 우아하고 격식 있게 맞대응한 것. 이어 스터디룸 원상복구 문제를 두고 아이들의 중간고사 성적을 조건으로 내건 승혜는 예상대로 승리를 쟁취했고 "스터디 룸은 이제 내가 알아서 꾸밀게요. 오늘(저녁)은 매운맛이에요"라며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승혜의 짜릿한 승리감이 시청자들에게까지 전해진 순간이었다.
◆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게 성공이라 생각해" - 10회
서진(염정아)과의 거래로 고가의 시험 예상 문제를 구한 민혁. 경쟁에서 살아남으라는 그의 바람과 달리 서준과 기준 형제는 이를 친구들과 공유해 성적이 떨어지고 만다. 승혜는 분노하는 민혁에게 "믿고 지켜봐 줄 줄도 알아야죠"라고 일침을 놓았고 두 아들에게는 "경쟁은 자기 자신하고 하는 거지. 남하고 하는 경쟁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거든. 엄만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게 성공이라 생각해"라고 격려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지혜가 돋보인 승혜의 대사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관통하며 '워너비 맘'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 "내 인생이 빈껍데기 같아요" "내 딸, 손대지 마!" - 14회
큰딸 차세리(박유나)의 거짓말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은 승혜네 집. 늘 자신보다 아이가 우선이었던 승혜에게 딸의 가짜 하버드대생 행세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내 인생이 빈 껍데기 같아요"라며 큰 상실감을 느낀 승혜는 자식의 고통을 방관했다는 죄책감에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억장이 무너진 듯 울부짖는 윤세아의 오열 장면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 진실을 알게 된 민혁이 세리와 두 아들에게 손찌검하자 승혜의 분노는 폭발했다. "내 딸 손대지 마"라고 소리친 찰나의 순간, 윤세아의 서슬 퍼런 눈빛과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를 숨죽이게 할 만큼 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단 한마디만으로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한, 윤세아라는 배우의 위력을 보여준 장면으로 꼽힌다. 이어 "너보다 엄마 아빠 잘못이 더 크다"라며 딸을 다독이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더했다.
◆ "통렬히 반성합니다" - 18회
아무리 설득해도 변하지 않는 남편과 아빠에 대한 원망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아이들을 지켜본 승혜는 마침내 이혼을 선언했다. 승혜가 "애들한테 강압적으로 당신의 교육관, 가치관 강요하지 말아요. 애들을 당신하고 똑같은 인격체로 존중해달라. 내가 한 말 당신이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당신하고 이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음에도 민혁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승혜는 반성문을 남긴 채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 반성문에는 이혼 서류를 제출하라는 말과 함께 "세 아이의 엄마로서 차민혁 씨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교육방식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근 20년간 아이들의 당해온 고통을 방관한 저 자신을 깊이 반성합니다. 연장은 고쳐서 쓸 수 있지만,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을 무시하고 차민혁 씨에게 끝까지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못했던 저 자신을 통렬히, 반성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은 사이다의 정점을 찍으며, 통쾌함과 동시에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이처럼 'SKY 캐슬' 속 주옥같은 대사와 장면은 노승혜에 완벽히 녹아든 윤세아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어우러져 시청자들 마음에 더욱 특별하게 와닿았다. 매 순간 "나보다 아이들이 우선"인 엄마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려 했던 윤세아의 진심이 통했다. 이번 주 'SKY 캐슬' 최종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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