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아시아 축구가 갈수록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
이번 이번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은 사상 처음으로 24개국 체제로 펼쳐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4년 집행위원회를 통해 아시안컵 출전국수를 종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렸다. 그 결과 변방이었던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예멘 등이 아시안컵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의도는 명확했다. 아시안컵은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와 중동으로 대표되는 서아시아의 잔치였다. 상대적으로 축구열기가 뜨거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은 소외됐다. AFC는 그간 출전 기회가 적었던 국가들에게 기회를 확대해 아시안컵을 명실상부한 아시아 전역의 축구 축제로 키우기로 했다. 이를 통해 마케팅 등 수입 증대를 노린다는 것이 AFC의 속내였다.
명분과 달리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대회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었다. 아시아 축구는 아직 각 팀간 수준차가 제법있다. 너무 일방적인 경기가 이어지거나, 혹은 이를 막기 위해 수비축구가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팽팽한 경기가 펼쳐졌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등 처녀 출전국들의 경기력이 만만치 않았다. 상대적으로 기존의 강호들은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한국은 8강에서 카타르에 0대1 충격패를 당했고, '디펜딩챔피언' 호주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도 매경기 고전하며 자국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만이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의 양강 체제 속에서 고전하던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세력이 급성장했다. 이들은 축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외국인 명장들을 영입하고, 필요하면 이중국적을 최대한 활용해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고 있다. 물론 유소년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 연령별 대표팀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최근 성인무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키며 8강까지 올랐다. 경기력은 웬만한 강호 못지 않았다.
아시아의 축구 수준이 갈수록 올라가며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의 고민도 커졌다. 사실 한국은 아시아 보다는 세계 대회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아시아 팀들 쯤이야' 하는 생각이 한켠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제 아시아는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넘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이미 연령별 대표팀부터 시작됐다. 세계 대회 진출권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성인 대표팀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 물론 이번 대회는 우리 스스로 자멸한 측면이 크지만, 상대가 강해진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아시아를 넘지 않고는 세계 무대에도 나설 수 없다. 아시아 무대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어설픈 준비로는 더 큰 화만 올 뿐이다. 이번 대회가 한국축구에게 준 교훈이다.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