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일본과의 전쟁이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일본전에 나서는 결의는 그렇게 단단했다.
베트남-일본전을 앞둔 23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기자회견장. 박 감독의 한마디가 귀에 쏙 들어왔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는 일본과의 8강전을 전쟁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낮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두려움없이 싸울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분명히 하고 있다. 나와 우리 베트남 선수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다." 경기에 임하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베트남은 24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19년 UAE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사실 8강까지 오른 것도 엄청난 성공이다. 베트남은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요르단을 꺾고 또 다른 역사를 썼다. 2007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이후 두번째 오른 8강 고지다. 당초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은 성적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4강 신화에 당당히 도전장을 냈다.
물론 객관적 전력에서 일본에 한참 뒤진다.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0위, 베트남은 100위다. 박 감독도 공식기자회견에서 "일본전은 베트남 입장에서 위기이자 기회"라면서 "일본은 우즈벡전과 사우디전의 선수구성원이 90% 이상 바뀔 정도로 안정화된 팀이다. 사우디전을 봤는데 깜짝 놀랐다. 선수들이 소속돼 있는 팀이 유럽의 명문클럽이더라. 그 정도로 일본은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일본의 전력상 우위를 인정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팀을 이끌고 일본을 꺾은 바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베트남이 일본을 꺾은 최초의 경기였다. 당시 일본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끈 감독도 현 대표팀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다. 또 현역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유일한 경기가 1981년 한-일 정기전이었다.
박 감독은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지만 지금은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다. 한국, 일본의 관심이 있지만,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의 역할을 착실히 하는게 내 책임과 의무"라고 했다. 일본전이라는 사실에 너무 지나친 감정적 관심을 경계하는 모습이였다. 하지만 결국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이기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항서 매직'이 일본을 넘어 또한번의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