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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서브-3'제임스최 대사가 말하는 #호주오픈#정현#호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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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오픈 테니스'를 테마로 한 2019 호주의 날 행사가 25일 오후 6시,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다. 한국과 호주의 국민들이 서울의 중심에서 호주오픈 테니스 4강전을 함께 관전하면서 호주의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지난 2017년 마라톤 마니아이자 스포츠 애호가인 한국계 제임스 최 대사의 부임 이후 한국과 호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스포츠'는 그의 외교 행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 그는 광화문에서 '호주 출신 예능인' 샘 해밍턴과 함께 성화를 봉송했다. 올림픽 현장에선 호주 국가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지난해 10월엔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광화문까지 평화의 자전거 국토횡주를 통해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후원했고, 통영트라이슬론대회에선 호주팀의 이름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11월 제주국제마라톤에선 42.195㎞ 풀코스를 2분53초06, '서브3(3시간 이내)'에 주파하며 개인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호주의 날 행사를 사흘 앞둔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호주대사관에서 열정이 넘치는 제임스 최 대사(49)를 만났다.

▶'호주 오픈 테니스' 오픈된 호주를 알리고 싶다

최 대사는 '호주오픈 테니스'를 주제로 한 2019년 호주의 날 행사의 의미를 직접 설명했다. "첫째, 호주의 개방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국, 아시아, 전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 호주의 개방성을 보여주고 싶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포용성, 수용성, 개방성 등 호주의 강점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둘째, 호주오픈 테니스 자체의 의미다. 호주오픈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유일의 그랜드슬램 대회다. 특히 지난해 호주오픈 준결승전에서 정 현 선수가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면서 한국과 호주가 더 가까워지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정 현 선수는 한국 뿐 아니라 호주의 테니스팬, 전세계 팬들에게 깊은 영향을 줬다. 강인한 의지, 테니스 스타일에 팬들이 매료됐다. 이 대회를 통해 스포츠가 국가과 국가를 어떻게 연결해주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현 선수의 활약 덕분에 호주 현지에서도 한국 팬들에게 호주오픈을 어떻게 알릴까 관심이 커졌다"고 귀띔했다. "이번 호주의 날 행사도 멜버른 호주오픈 조직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성사됐다. 호주오픈 조직위의 공식행사"라고 설명했다.

최 대사는 지난 12월 강남의 한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중인 정 현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었다. 그날을 떠올리는 최 대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키가 굉장히 크더라. TV로 볼 때보다 훨씬 컸다. 무엇보다 좋은 인성이 기억에 남는다. 차분하고 예의 바르고 정말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 인성과 기질이 코트에서도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같다"고 했다.▶마라톤, 철인3종, 스포츠를 사랑하는 대사님

최 대사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로망, 서브3 기록 보유자다. 지난해 11월 11일 제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3분06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멜버른에서 세웠던 2분 57분대 기록을 4분이나 앞당겼다. 매일 새벽 5시30분 성북동 대사관저 언덕을 오르내리며 훈련한 결과다. 최 대사는 "마라톤을 통해 내 한계를 시험한다. 목표치를 정해놓고 도달하고자 노력한다"면서 "마라톤은 내 삶의 일부다. 4~6개월 꾸준히 트레이닝해야 하는 운동이다. 단기간에 쉽게 해낼 방법이 없다. 마라톤은 내 일을 프로답게 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타공인 '애처가' 최 대사는 "개인기록을 깼는데도 아내(조앤 리)는 53분을 못 깼다고, 마지막에 느리게 달렸다고 뭐라 하더라"며 웃었다. 1년에 한 번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는 최 대사는 "올해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 나가려 한다. 목표는 2시간 50분대 기록"이라며 눈을 빛냈다.

매년 외교가 격무속에서도 스포츠 이벤트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도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한국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다.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소중하다. 스포츠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고 답했다.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포츠팀은?

그는 럭비, 테니스, 골프, 크리켓, 축구, 수영, 달리기, 사이클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네 살 때 호주에 자리잡은 그와 가족에게 스포츠는 호주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길'이 됐다.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를 묻자 고심 끝에 "축구"라고 답했다. "축구는 유일하게 전세계인들이 함께하는 스포츠다. 어느 도시, 어느 나라를 가든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팀을 묻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유 시절의 리더십을 존경한다"고 답했다. "퍼거슨 감독이 팀을 성공으로 이끈 역량, 이유에 관심이 있다. 자존감 높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낸 지도력, 그 오랜 기간동안 정상을 유지한 비결…, 그는 전략가이고 기획자이고 리더"라고 설명했다. 올시즌 K리그 1강 전북에 호주 출신 수비수 이비니가 영입됐다는 귀띔에 최 대사는 뉴스를 확인하더니 "전북 팬이 돼야겠다"며 반색했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 야구팀으로는 두산 베어스를 꼽았다. "첫 시구의 기회를 준 팀이기 때문"이라는 합당한 이유를 들더니 "LG트윈스도 좋아한다"고 했다. " LG팬과 결혼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잘하든 못하든 늘 지지하고 헌신하는 충성심 강한 팬들이라더라"며 웃었다. 서울 라이벌인 두산과 LG를 동시에 좋아해선 안된다고 농담하자 최 대사가 영민하게 받아쳤다. "왜 안됩니까? 저 외교관입니다."

▶한국과 호주, 아시안컵 4강에서 꼭 만나길

인터뷰가 있던 날 새벽, 아랍에미리트아시안컵 호주와 우즈벡의 16강전이 열렸다. 호주가 연장접전, 승부차기 끝에 우즈벡을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최 대사 역시 이 경기를 놓치지 않았다. 4년 전 '디펜딩 챔프' 호주와 한국의 결승전도 시드니에서 직관(직접 관전)했다고 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 선수 손흥민이 있는 팀이다.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고 있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니 잘해낼 것같다. 호주대사로서 한국팀을 응원한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호주가 8강에서 개최국 아랍에미리트를 꺾고 4강에서 한국과 격돌하기를 희망했다. "준결승에서 한국과 호주가 만나면 좋겠다. 시드니에서 본 결승전처럼 팽팽한 경쟁을 기대한다. 물론 나는 호주를 응원할 것"이라며 웃었다.

외교관으로서 남북 스포츠 교류에 대한 확고한 지지도 표명했다. "굉장히 긍정적이다. 남북이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의 교류 측면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끝날 때는 작별을 아쉬워하더라. 스포츠는 그렇게 인류보편적인 것이다. 이데올로기, 국가를 떠나 스포츠를 향한 열정을 똑같다. 남북이 더 많은 스포츠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간다면 남북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외교관으로서 그는 더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나누기를 바랐다. "나는 스포츠를 통해 팀워크와 리더십을 배웠다. 대학에서 배운 것도, 교과서에서 배운 것도 내 전공인 법학책에서 배운 것도 아니다. 스포츠를 통해 배웠다"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대학 특강 등을 통해 한국의 청년들을 만나왔다.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어디서나 기회는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꿈을 좇지 마라.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성공의 척도를 따르지 말라. 내가 하고 싶은 것, 나만의 꿈을 좇길 바란다." 광화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