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금지약물 논란으로 불명예 은퇴한 로저 클레멘스와 배리 본즈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발표된 명예의 전당 신규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단 투표에서 클레멘스는 59.5%, 본즈는 59.1%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 기준선(75%)을 통과하지 못했다. 2007년 은퇴 후 7번째 입성 도전도 실패한 것이다.
두 선수의 명예의 전당 헌액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또 한 명의 불명예 퇴진 스타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로드리게스 역시 선수 시절 경기력 향상 약물(PED)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2014년 전시즌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2016년 8월 계약 만료 1년을 남기고 소속팀 뉴욕 양키스에서 방출되는 수모를 당했다.
클레멘스와 본즈가 명예의 전당 회원 자격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온 로드리게스는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로드리게스는 24일 ESPN과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두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길 원한다. 언젠가는 나도 그런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둘 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2016년 은퇴했기 때문에 2022년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이 생긴다.
하지만 클레멘스와 본즈가 최근 기록한 득표율을 보면 투표권을 지닌 기자들의 생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2016년부터 최근 4년간 득표율을 보면 클레멘스는 45.2%→54.1%→57.3%→59.5%, 본즈는 44.3%→53.8%→56.4%→59.1%로 꾸준히 상승세가 지속됐지만, 75%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 대상 자격은 10년간 유지된다. 클레멘스와 본즈는 2022년까지 기회가 3번 남았다.
로드리게스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매일 기도한다. 나의 최종적인 목표"라면서 "클레멘스와 본즈의 경우를 좀 면밀하게 들여다 본다면, 둘 다 33~34세에 커리어를 끝냈다 해도 1순위로 헌액됐을 것이다. 약물 논란은 그 이후 나온 것이다. 나로서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들을 지지하며 존경한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선수 시절 자신의 금지약물 복용 혐의를 받아들이며 징계를 소화했다. 그는 "난 진실을 말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내 실수였고, 그래서 엄청난 벌을 받았다"며 "명예의 전당 입성이 희망사항이고, (지금 상황이)자업자득이라는 것도 안다. 희망대로 안되더라도 어찌하겠는가. 나 말고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라며 현실을 인정했다.
약물 경력을 빼놓고 기록만 가지고 논한다면 로드리게스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한 후보다. 그는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양키스에서 22시즌을 뛰며 3차례 아메리칸리그 MVP, 5차례 홈런왕, 14번의 올스타 선정, 696홈런, 2086타점을 기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