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했던 한해, 나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키움 히어로즈 좌완 기대주 이승호(20)가 첫 풀타임 시즌을 꿈꾼다.
경남고 출신 이승호는 지난 201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의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 지명을 받았다. 2017년 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했다. 하지만 재활을 하던 중 7월, 깜짝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졌다. KIA가 우승을 위해 김세현 유재신을 데려오면서, 반대 급부로 이승호 손동욱을 보냈다. 이승호는 "사실 처음 이적할 때 실감이 안 났다. 보여준 게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나를 데려갔나 의아했었다. 하지만 적응이 빨랐다. 어디 가서 적응을 못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1주일 정도 만에 적응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지루했던 재활의 과정을 거친 이승호는 지난해 마음껏 기량을 펼쳤다. 32경기(선발 4경기)에 등판해 1승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60. 포스트시즌 2경기에 선발로 나와 7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프로 2년차 답지 않은 배짱 있는 피칭을 했다.
그러나 이승호는 "작년에는 기회를 받아서 정말 감사한 게 많았다. 반면에 1부터 10까지 다 아쉽고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프로의 벽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 확실히 부딪쳐보니 내가 가진 것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자신감 하나 만으로 어느 정도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한 없이 작아졌다. 그래도 최대한 자신 있게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값진 경험이었다. 이승호는 "포스트시즌은 야구를 그만둘 때까지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데뷔 시즌에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했다. 당시에는 긴장돼서 아무 생각도 안 들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날의 일들이 하나하나 기억났다"고 설명했다.
이제 좋은 기억을 뒤로한 채 다시 경쟁에 뛰어든다. 4~5선발 경쟁도 치열하다. 이승호는 "(선발을)시켜주신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선발이 더 익숙하고 안정적이긴 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형들도 쟁쟁하다. 어떤 장점을 가지고 경쟁하기 보다는, 어떤 자리가 됐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미국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이승호는 "캠프에서 내가 가진 공에서 컨트롤을 더 살리고 싶다. 또 작년에 공을 많이 안 던지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다. 체력과 컨트롤에 중점을 둘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올해 아프지 않고 1군에서 개막부터 끝까지 뛰고 싶다"면서 "류현진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제구와 엄청난 체인지업을 닮고 싶다. 나중에는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