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호성적은 때로 국내리그 흥행의 기폭제가 된다.
야구가 제대로 증명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관중증가가 이뤄졌다. 국내 프로야구의 인기는 마치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하지만 2013년부터 국제대회 성적은 국내리그 인기와 반비례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WBC가 그러했다. 당시 한국은 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충격은 4년 뒤에도 가시지 않았다. 또 다시 WBC 1라운드에서 짐을 쌌다.
그 사이 한국은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서 만든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에 오르긴 했다. 다만 반쪽 짜리 대회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딴지성 방침으로 이 대회에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했다. 수준이 WBC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19년과 2020년, 한국은 물론 세계야구계가 주목하는 해다. 올해 예선을 거쳐 2020년 도쿄에서 다시 올림픽야구가 정식종목으로 12년 만의 부활하기 때문이다. 한국야구대표팀은 도쿄 입성을 바라고 있다.
한데 고민이 많다. 우선 올림픽 예선전을 겸한 프리미어 12에서 중남미 강호를 만나게 된다. 20일 대만프로야구연맹이 일부 공개한 1라운드 조편성 윤곽이 나왔다. 3개 조 중 한국은 쿠바와 같은 조에 속하고, 베네수엘라와 네덜란드 중 한 팀, 도미니카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 중 한 팀과 충돌하게 된다. 조건은 같지만 전력은 다르다. 이번 프리미어 12에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조건이다. 다만 순수 국내파로만 구성해도 쿠바를 비롯해 중남미 국가들과 네덜란드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디펜딩 챔피언'이 예선부터 탈락하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다.
사실 하지 않아도 될 고민도 생겼다.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의 사퇴로 인한 지휘공백이다. '국보급 감독'의 씁쓸한 퇴장에 후보로 추천되는 야인 감독들이 선뜻 기술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읍소한다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 후보 감독들도 한국의 올림픽 진출 가능성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할 판이다.
사실 비집고 들어가야 할 구멍이 작다. 아시아-오세아니아에 개최국 일본이 포함되기 때문에 결국 아시아팀들은 1장의 본선행 티켓을 두고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만약 6개국이 참가하는 도쿄올림픽 야구 본선에도 오르지 못할 경우 맹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여기서 파생되는 갖가지 잡음은 '제2의 선동열' 사태로 번질 수 있다. 결국 대표팀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기술위원회를 꾸렸고 1차 회의까지 가졌다. 감독 후보군을 논의했고, 2차 회의 때는 예비후보까지 3~5명 정도까지 추릴 전망이다. 그러나 산적해있는 고민들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김시진 기술위원장이 밝힌 감독 선임 데드라인인 1월 말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