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믿고 듣는 정통 발라더' 황치열이 돌아왔다.
황치열은 새 앨범 '더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로 컴백했다. 이번 앨범은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 새로운 시작까지. 사랑의 사계절을 황치열 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앨범이다. 특히 황치열의 정규 앨범은 2007년 '오감' 이후 12년 만의 일이라 팬들의 반가움은 더욱 클 전망이다.
"12년 전 앨범 냈을 때는 함께하는 사람이 없다는 전제 하에 정규 앨범을 냈다. 지금은 나를 기다려주시는 팬분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정규앨범을 낸다는 것에 대해 감개무량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이별을 걷다'를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됐다. 황치열은 직접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것은 물론, 전곡 작사에 참여하며 정규 앨범에 대한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특이점은 앨범 자체를 다이어리 형식으로 제작했다는 것.
"항상 앨범이나 곡을 냈을 때는 좋아해주실 거라는 기본적인 가정하에 낸다. 정규 앨범은 전곡 내 손을 거치며 하나하나 신경썼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었다. 신년을 맞이해서 다이어리 형식으로 제작했다. 정규앨범이 음반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내 인생을 적어내려갈 수 있는 소중한 음반으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거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렸을 때 기억들은 글을 썼을 때 지울 수 없게끔 다이어리에 썼다. 그게 추억이 되고 기억이 되고 그게 내가 되고 그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다이어리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있다."
타이틀곡 '이별이 걷다'는 이별의 마지막 장면에 선 남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곡이다. 마지막까지 모든 걸 주고 싶은 남자의 따스한 진심이 황치열만의 애절하고 담담한 보컬과 만나 슬픈 감성을 극대화한다.
"'매일 듣는 노래'는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하이라이트가 딱 남는, 팩트가 있는 노래였다면 '이별을 걷다'는 내면의 슬픔을 노래하는, 절제하는 곡이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내가 많이 보여 드렸던 슬픔을 알아달라는 과한 표현보다는 내적 슬픔을 얘기하기 때문에 여운이 많이 남도록 했다. 절제가 들어간 노래다. 가장 황치열스러운 스타일이 뭘까 했을 때 내가 추구한 발라드는 '슬픔'이다. 이별을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발라더 황치열이지 않을까 하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장 시기와 적합한 '이별을 걷다'로 정했다. 이 노래를 부를 때 어떤 식으로 불러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이별 직후 남자의 마음이 드러나 있어서 이별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노래했다. 가사에 대해 얘기할 때도 어떤 이별 가사가 들어가야 정말 짠하고 여운이 남을까,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이별하고 돌아가는 길이 있지 않나. 그 길을 걸을 때 기분이 어떨까 이런 얘기들을 하며 적었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담도 좀 있다. 한번쯤은 헤어진 이성의 불꺼진 집을 보고 가거나 하지 않을까."
사실 젊은 가수가 정통 발라드를 고집한다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최근 발라더들은 래퍼와의 컬래버레이션이나 반전곡으로 트렌디한 곡을 발표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데도 왜 황치열은 정통 발라드를 고집하는 걸까.
"경연 때 했던 한번의 임팩트로 한번에 관객을 매료하는 소리가 아니라 여러 번 들었을 때도 지치지 않고 듣고 나서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 들으면서도 화려하다기 보다는 듣고 나서 '나도 옛날에 그랬는데' 하는 반응이 나와준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갖고 있는 목소리에서 나오는 처절한 슬픔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매력들을 아직 표현하고픈 소망도 있다. '이길을 걷다' 하면서 '황치열 표 발라드'로 각인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슬픈 노래=황치열'이라고 각인되고 싶어서 진행하고 있다."
클래식함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황치열 특유의 처연한 감수성에 빠져들었기 때문일까. 황치열은 매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음원 차트 상위권을 강타했을 뿐 아니라 롱런 기록까지 세웠다. 음반 판매고 또한 상위권에 랭크됐다. 방대한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 군단이 아닌 발라드 가수가 이런 성적을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팬분들의 힘이다. 기적이라 생각한다. 발라드 가수로서 음반이 잘되는 경우를 나도 거의 못 봤다. 기적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정규 앨범이라고 해서 더 많이 팔리겠지 하는 기대는 1도 안하고 시작했다. 그만큼 기적을 팬님들이랑 봤으니 같이 즐길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BTS(방탄소년단)와 나를 자꾸 얘기하는 것도, 이렇게 앨범을 내는 것도 신기하고 기적같다. 사실 내가 '매일 듣는 노래'가 차트에 있을 때도 종신이형 '좋니'가 올라오고 있었다. '좋니'가 1등 했을 때 환호성을 질렀다. 같은 발라더로서 발라드가 잘된다는 게 너무 기분좋은 일이다. 차트에 발라드가 많다는 건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발라드의 발전이 굉장히 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서 '허니' '뱅뱅뱅' 등 파격 댄스 퍼포먼스로 1위를 차지했던 황치열인 만큼, 그의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다. 하지만 황치열은 "'나이스걸'로 퍼포먼스 활동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했었다. 사실 그렇게 욕심나진 않는다. 너무 멋있는 분들이 많아서 거기까지는 생각 안하고 있다. 정중히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의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끝나고 나면 굉장히 후회를 많이 한다. 1005를 채웠다고 생각하지만 완성품을 봤을 때 아쉬움은 항상 남아있다. 자기가 생각하는 기대치는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계속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앨범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계절 내내 들으시는 분들이 여러가지 음악을 골라서 들으실 수 있도록 '포 시즌'이라는 타이틀을 냈다. 위로받고 싶을 때 신나고 싶을 때 사랑하고 싶을 이별했을 때를 다 사계절 안에서 느끼실 수 있도록 채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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