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그는 왜 다구 지하철 참사 유족을 사칭했나?'
18일,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대구 지하철 유가족이라고 사칭하고 다닌 한 남자의 삶 속에 감춰진 비밀을 파헤쳐본다.
2년 전, 궁금한 이야기 Y 앞으로 한 남자의 기구한 사연을 알리는 제보가 들어왔다. 사연의 주인공은 김경태(가명) 씨. 제보자에 의하면 경태 씨는 대구 지하철 참사의 유가족이자 생존자라고 했다.
"자기는 지하철 사고 트라우마로 지하철을 못 탄대요. 그래서 2시간 넘게 버스타고 온다..." -김경태(가명) 씨가 다녔던 교회 신자 인터뷰 中
2003년, 한 남성의 방화로 지하철이 불에 타고 192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이들 사망자 중에 그의 가족도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과 동생 모두 참사에서 희생되고 혼자 살아남은 경태 씨. 사고 이후 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지내다가 10년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고 눈을 떴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얻었고, 그 후에도 친척들에게 보상금을 도둑맞고 대출 빚을 떠안는 등 끊임없는 불행 들이 그를 덮쳤다는데...
당시 SNS를 통해서도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경태 씨에게 치료비와 각종 물품을 지원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경태 씨와 관련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약 6개월 전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내가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사는 이유는 단지 한가지다. 나중에 천국에서 부모님 봤을 때 부끄럽지 않으려고..."-김경태(가명) 씨 SNS 내용 中
경태 씨는 마치 투병일기를 쓰듯, SNS에 자신의 일과와 진료 과정을 소상히 기록했다고 한다. 이를 본 사람들은 힘든 와중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런데, 갑자기 경태 씨가 메신저에 '포기', '누구도 이해 못하는 상처'와 같은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휴대전화번호도 바꾸고, SNS 계정도 삭제한 채 잠적한 것이다. 그는 왜,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말기 암이라던 그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 우리는 그가 최근까지 다녔다는 교회에서부터 그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교회 목사는 경태 씨가 말하고 다녔던 그의 사연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경태 씨를 위해 특별 헌금을 진행하던 중, 그의 아버지 이름 '김준수' 가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명단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그가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고 한다. 그가 다녔던 다른 교회의 목사도 경태 씨가 거짓으로 기부를 유도하고, 심지어 헌금을 절도했다고 말했다.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경태 씨의 행적. 그런데 우린 그가 자주 들른다는 가게 주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된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희생되었다는 그의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소식을 끊고 잠적한 경태 씨를 찾을 수 있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의 트라우마 때문에 지하철을 못 탄다는 말과는 달리, 그가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하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제작진을 피해 전력으로 뛰어 도망가는 등 그간 그가 SNS에 올려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고 울렸던 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우리에게 모든 걸 고백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이라는 것도, 위암 말기라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대구 지하철 유가족이라고 사칭하고 다닌 걸까? 18일 저녁 8시 55분에 방송되는 '궁금한 이야기 Y'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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