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NPB) 12개 구단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한다. 규슈 남부의 가고시마, 미야자키나 오키나와, 이시가키가 인기 전훈지로 각광을 받는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지정 연습구장을 활용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자기 지역을 찾는 구단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일본 스포츠지 데일리스포츠는 18일 '한신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지인 오키나와 기노자촌에 실내 불펜, 트레이닝 시설을 갖춘 다목적 스포츠시설이 준공됐다'고 전했다. 총공사비 5억4000만엔(약 54억원)이 투자된 이 시설은 6명의 투수들이 동시에 불펜 투구를 펼칠 수 있고 실내 훈련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회의실, 훈련장을 찾는 팬들이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지인 미야자키현에선 연습구장 인근에 실내 불펜이 신설됐다. 스포츠호치는 '그동안 요미우리 투수들은 선마린스타디움에서 약 2㎞ 떨어진 실내돔에서 불펜 투구를 하기 위해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며 '선수들이 버스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어깨와 몸이 차가워진다는 의견을 냈고, 구단 측이 미야자키현에 (실내 불펜 건설을) 건의한 결과, 총공사비 1억6500만엔(약 17억원)이 투자된 실내형 불펜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일본 지자체들이 이렇게 설비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스프링캠프 유치로 인한 부수 효과 때문이다. 한 달 가량 머무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현지를 찾는 언론, 팬들이 머물며 쓰는 비용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 이렇게 만든 시설을 프로 뿐만 아니라 아마 야구팀 훈련장으로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를 통해 부수입을 창출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을 찾는 국내팀들도 '귀한 몸'이 된다. 각 지자체마다 전지훈련을 위해 찾는 팀들에게 지역 특산물을 지원하거나 응원회를 개최하는 등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하는 KBO리그 팀은 10개 구단 중 7팀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한때 각 지자체별로 전지훈련 유치 경쟁이 붙은 바 있다. 각종 혜택을 내걸고 프로-아마팀 유치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빈약한 시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협조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유치 전후가 딴판인 경우도 있었다. 협조-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내는 일본의 사례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골몰하는 국내 지자체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