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전 승리는 행운이었던 걸까.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정 현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2회전 벽을 넘지 못했다. 세계랭킹 25위 정 현은 17일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멜버른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55위 피에르위그 에르베르(프랑스)에게 1대3으로 패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쓰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 현은 올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2경기 만을 치르고 짐을 싸게 됐다.
정 현은 15일 열린 1회전에서 브래드리 클란(미국)을 상대로 3대2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세트스코어 0-2로 밀리던 상황에서 상대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력이 떨어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정 현이 역전승을 따냈다. 하지만 경기력 자체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 걱정이 2회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1세트 무기력한 경기를 하며 2-6으로 패했다. 2회전에도 행운이 따르는 듯 했다. 에르베르가 상승세르 타는 시점, 비가 쏟아지며 경기가 중단된 것. 약 25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이어진 2세트에서 에르베르가 난조를 보여 정 현이 2세트를 6-1로 손쉽게 따냈다.
하지만 정 현은 3세트에 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반대로 에르베르는 컨디션을 되찾았다. 정 현은 3세트 2-4로 밀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분위기를 내준 정 현은 4세트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상대에 많은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며 결국 패하고 말았다. 정 현은 에르베르와의 경기에서 서브 에이스를 13개 허용한 반면, 자신은 2개의 서브 에이스를 따내는 데 그쳤다. 정 현 특유의 날카로운 스트로크, 다운 더 라인이 사라지자 자신보다 하위 랭커인 에르베르를 상대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없었다.
한편, 정 현은 호주오픈 2회전 탈락으로 25위이던 세계랭킹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