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FA만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 NC 다이노스로 간 양의지는 4년간 125억원이나 받았지만 빛 뒤에 숨은 어둠은 더 짙다. 15명 중 11명의 미계약 FA들은 스프링캠프 출발 보름전까지도 계약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대박 가능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11명은 나이도 제각각, 최근 성적도 다르다. FA시장은 수요 공급의 논리만으로 결정되진 않는다. 원소속팀이 처한 상황도 중요 고려 요소다. 한화는 내부FA 3인이 전원이 FA선언을 했다. 협상에 들어가기전 한화 구단은 한용덕 감독에게 내년, 차후 전력구상에서 이들 3인의 필요 여부를 물었다. 한 감독은 "셋 다 필요한 선수들"이라는 뜻을 전했다.
지난해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던 이용규, 주전 3루수 송광민은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올해도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공개경쟁이 기본이지만 이들을 밀어낼 선수는 수면 위에 없다. 하지만 한 감독은 최악의 부진을 겪은 최진행까지 품었다. 왜 일까.
최진행은 지난해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두달 보름여를 2군에 머물렀다. 57경기에서 타율 2할1푼3리 7홈런 13타점에 그쳤다. FA를 앞둔 시즌이어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한용덕 감독이 올시즌 최진행을 염두에 둔 것은 사령탑 입장에서 고려한 팀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 감독은 "최진행도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외야수여서 포지션 중복 선수가 많기는 하다. 활용 가치가 예전이 100%라고 하면 지금은 조금, 아니 꽤 떨어지겠지만 선수는 어느 순간, 한 부분만 잘해줘도 팀에는 큰 보탬이 된다. 이로 인해 팀이 확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1군과 2군 선수들의 수준 차가 여전한 한화다. 2년 연속 '주전급 뎁스 강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하루 아침에 내부 육성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최진행은 일발 장타를 겸비한 거포다. 34세면 기량이 급하강할 나이도 아니다. 부진 탈출 실마리만 찾으면 확 달라질 여지도 있다. 생애 첫 FA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았을 수도 있다.
유망주가 차고 넘치는 팀이라면 몰라도 한화는 향후 2~3년은 리빌딩과 신구조화를 적절하게 섞어야 한다. 2017년말 롯데 자이언츠는 내부 FA 최준석과 이우민에게 "다른 팀을 알아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한화는 달랐다. 짧은 계약 기간에 많지 않은 연봉이지만 최진행에게 계약안을 제시해둔 상태다.
한 감독은 "최근 FA시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후배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것은 감독을 떠나 선배된 사람 마음이다. 다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 선수들도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주변도 둘러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상황과 현실 판단도 놓치지 말고 총명하게 대처라는 충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