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유아인의 용기가 반갑다.
유아인은 배우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을 더 깊이 있게 표현, 대중으로 하여금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배우 유아인의 역할이다. 그만큼 대중이 바라보는 작품 속 유아인은 유아인 자신이라기 보다, 배우 유아인이 만든 캐릭터에 가깝다. 그런 유아인이 꾸밈 없는 자신의 모습으로 대중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유아인은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에 기획 및 연출, 진행을 맡았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특별기획 프로그램. 유아인이 배우로서 참여할 수 있는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유아인은 이곳에서 인간 유아인, 청춘 유아인의 모습을 숨김 없이 보여주고 있다.
1월 12일 방송된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는 암울했던 시대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인내천 사상으로 백성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동학'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평등한가?', '이 시대 청춘의 상황은 어떤가?' 등 다양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었고 그만큼 도올 김용옥, 유아인, 방청객들 사이에 자유로운 대화가 오갔다.
이 과정에서 유아인은 배우 유아인이 아닌, 인간 유아인이 느낀 고민과 의문 등을 솔직하고도 진정성 있게 털어놨다. 유아인은 18살 때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유아인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많았다. 유명해지지 않으면 존중 받지 못하는 존재 같았고, 주목 받고 싶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만들어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유아인이 아니라도, 우리 모두가 했을 법한 고민이다. 유아인은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털어 놓은 뒤 "나를 더 찾고, 진짜 나다운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싶다. 주변과 고민을 나누고 공감대를 이루고, 나를 둘러싼 사회와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며 자신이 느끼고 다짐한 것을 밝혔다.
배우라는 직업은 겉보기에 늘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아인은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이 모든 화려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인간 유아인의 솔직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이는 그가 얼마나 많은 용기와 결심을 가지고 이 프로그램에 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실제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기획, 연출부터 참여한 유아인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수많은 생각과 고민, 공부를 했다는 전언이다. 도올 김용옥을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으며, 부족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이는 화려한 이미지, 극중 캐릭터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익숙한 배우에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자 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인은 이 도전을 위해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용기를 냈다. 이날 영화 '버닝' 이야기를 하던 중 유아인은 "'버닝'으로 받는 박수에 심취하기에 염치가 없다.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보고 싶고, 여러분과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내게는 훨씬 더 영광이다.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유아인이 용기를 낸 이유이다.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 이를 위해 유아인은 신선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용기를 냈다. 유아인이 아닌, 유아인이 없는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상상되지 않는다. 이것이 유아인의 진심과 용기가 반가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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