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먹이사슬이다. 상당히 흥미롭다. 정규리그가 문제가 아니다. 절체절명의 플레이오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다.
모비스, 전자랜드, KCC. 세 팀은 정규리그 후반기,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우승 판도를 좌지우지할 강호다.
모비스는 26승6패로 절대적 정규리그 1위. 전자랜드는 20승 고지를 밟으며 2위. KCC는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의 교통정리로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객관적 전력, 팀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3팀에서 우승팀이 나올 확률이 상당히 높다.
세 팀은 기묘한 먹이사슬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 화제가 된 모비스와 KCC의 관계. 3승1패로 KCC의 절대적 우위. 첫 경기 1패도 하승진의 부상으로 인해 모비스가 힘겹게 얻은 승리. 그런데, 모비스는 전자랜드에 4전 전승. 지난 2시즌 전자랜드가 절대우위를 가져갔지만, 올 시즌은 180도 달라졌다. 여기에 전자랜드는 KCC에 3전 전승. 원인이 무엇일까. 플레이오프에서 '눈칫싸움'은 필수. 과연 어떻게 될까.
▶천적관계, 바뀔 여지가 있을까
KCC가 모비스에 약한 것은 복합적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일단 이정현과 티그의 2대2 공격에 모비스는 취약하다. 두번째로 모비스 높이의 대항마인 하승진이 버티고 있다. 베스트 5의 개인 기량이 뒤지지 않고 노련함도 마찬가지다.
모비스 입장에서는 높이로 KCC를 압박하거나, 이대성의 강력한 프레스로 이정현이나 티그의 패싱 루트를 차단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미지수다. 이대성의 경기 기복이 있고, 아직까지 개점 휴업이다.
전자랜드는 모비스에 약하다. 핵심은 함지훈이다. 강상재와 정효근이 함지훈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 함지훈의 1대1 기술과 함께, 라건아의 하이-로 게임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골밑에서 열세.
여기에는 전자랜드의 바뀐 팀 컬러도 있다. 최근 2시즌까지, 전자랜드는 스몰 라인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2대2와 백도어, 커팅을 했다. 반면, 모비스는 정제된 2대2 플레이를 펼쳤지만, 전자랜드의 노림수 수비에 막혔다. 결국 전자랜드만 만나면 모비스가 고전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올 시즌 강력한 포스트(머피 할로웨이, 찰스 로드)를 데려오면서 스몰 라인업에 비해 움직임 자체가 많지 않다. 결국 골밑과 외곽의 '순수한' 힘 대결이 중요한데, 여기에서 뒤진다. 그렇다고 2대2 공격을 하기에는 박찬희의 부정확한 슛, 김낙현의 리딩 부족 등이 걸리는 요소다.
전자랜드는 KCC에 강하다. 일단 지난 시즌까지 전자랜드 에이스로 뛰었던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을 잘 안다. 박찬희의 수비가 강력하기 때문에 KCC 2대2 공격이 잘 먹히지 않는다. 전자랜드는 이미 그런 수비에 대해서는 대처 능력이 매우 좋은 상태다. 여기에 강상재 정효근 등의 활동력이 KCC 포워드진을 압도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복합적 요소들 때문에 세 팀의 기묘한 '천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극심해질 눈치 작전
아직 경기수는 많이 남았다. 최종 순위표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
때문에 섣부른 예측일 수 있다. 그러나, 상당히 흥미롭다. 세 팀의 '천적관계'는 마지막 성적의 눈치 작전을 유발한다.
플레이오프는 1, 2위가 4강 직행. 4, 5위 팀이 6강행을 펼치고, 승리팀이 1위와 4강전을 펼친다. 3, 6위 팀의 승자가 2위와 맞대결을 한다. 즉, 1-4-5, 2-3-6 시스템이다.
당연히, 세 팀은 서로서로 극심한 견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현 시점에서 모비스의 1위 확률은 상당히 높다. 즉, 4, 5위를 골라야 한다. 전자랜드의 2위 가능성도 농후하다. 3위 KGC는 오세근의 몸상태가 완전치 않고, 포스트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불안정한 스몰 라인업을 가동하기 때문에 약팀에게 의외로 일격을 당하면서 2위 싸움에서 떨어질 공산이 있다.
KT는 시즌 첫 3연패를 당했다. 부상자가 많고, 반등 요소가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2위 싸움은 쉽지 않다. KCC는 현 시점에서 2위와 3게임 차다. 하승진이 복귀한 상태. 스몰 라인업도 상당히 견고하기 때문에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그렇지 않으면, 최소 3위를 목표로 할 수 있다. 전력이 비등한 5위와 6강 경쟁을 하기 보다는, 비교적 수월한 6위와 경쟁하는 게 더 낫다.
단, 챔프전 진출을 목표로 갖는다면, 4~5위 정도의 순위로 4강에서 모비스를 만나는 게 더욱 효율적 시나리오이긴 하다. 단, 2위 싸움은 포기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어떤 부상 변수가, 어떤 외부 요인이 작용할 지 모른다. 단, 이대로 간다면 막판 순위 경쟁은 상당히 흥미로워진다. 3팀의 천적관계는 올 시즌 PO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