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제작진은 골목식당과 먹자골목의 차이를 알아?"
지난해 유력한 연예대상 후보였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연초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빌런(악당) 소개소'의 모양새에 '민폐' 논란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금수저·홍보·연출 논란'까지 등장했다.
'골목식당'은 골목의 영세 식당을 살리고 쇠퇴한 골목상권의 부흥을 꾀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방송 초기부터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갑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몇몇 출연자는 단순히 가게 홍보를 위해 출연한 정황이 알려져 빈축을 샀다.
제작진은 출연자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진정성을 강조함으로써 이 같은 위기를 돌파했다. 홍은동 포방터시장 홍탁집 에피소드는 식당이 아닌 인간 갱생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높은 화제성에 비해 5-6%에 머물던 시청률은 단숨에 9% 안팎까지 올랐고, 백종원은 'SBS 연예대상'의 유력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연예대상이 '집사부일체'의 이승기에게 돌아가자 시청자들의 항의까지 잇따랐다. 하지만 이 같은 연출로 인해 당초 제작진이 밝혔던 '장사하는 법 알려주기'라는 기획 의도와는 더욱 멀어졌다.
급기야 청파동 하숙골목 편에서는 금수저 사장과 홍보 논란까지 등장하면서 더욱 분위기가 냉각됐다. 고로케집과 피자집 모두 오픈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장개업인데다, '부동산 회사를 끼고 프랜차이즈 체인을 준비중이다', '건물주 아들인 사장의 금수저 취미'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
앞서 시식단에 대해 무례하고 무성의한 대응을 보여 비난받았던 피자집 사장은 "손님 응대와 업장 위생이 미흡했던 점에 사과드린다. 아직 여러가지로 서툴다"면서도 "현재 소유한 차량이 없고, 과거에도 페라리 같은 고가 외제차를 가진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물주 아들' 루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고로케 사장 측은 "체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 홍보는 출연 전에 이뤄진 것이고, '골목식당' 측이 개인사업자 명의 변경을 요구했다"고 설명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애초에 지역식당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취지와는 맞지 않는 가게였던 것. '골목식당' 제작진은 9일 공식입장을 통해 "청파동 고로케집은 사전 조사 당시 일매출 10만원 내외의 영세식당이었다"면서 "프랜차이즈화는 예상하지 못했다. 출연자 섭외시 더 검증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백종원으로부터 "국내 최고의 돈가스"라는 호평을 받은 포방터시장 돈가스집은 반대로 지나친 인기로 인해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들의 음식을 먹기 위해 전날밤부터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손님들의 소음으로 주변 주민들이 고통받았기 때문. 돈가스집은 대기실을 마련하거나 예고한 시간 전에 줄선 사람을 CCTV로 적발해 번호표를 주지 않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번호표 되팔이'가 등장하는 등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백종원은 '골목식당' 제작발표회와 첫 방송에서 '먹자골목과 골목상권의 차이'를 강조했다. 장사가 잘되는 먹자골목이 아닌, '골목식당'을 살려 동네 부흥에 일조하는 것이 '골목식당'의 취지라는 것. 하지만 다음 촬영지가 '회기동 경희대 골목'으로 알려진 만큼, 이 같은 취지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골목식당'은 첫 회부터 과거 '고든 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의 한국 버전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았다. 제작진은 "일반인 사장님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너그러이 봐달라"며 양해를 구하고 나섰지만, 시청자들은 지나친 감정몰입과 '빌런' 연출로 인한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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