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올시즌 FA계약에서 새로운 잣대로 일관하고 있다. 이용규(34) 송광민(36) 최진행(34) 등 내부 FA들과의 협상에선 한치 물러섬이 없다. 선수들 역시 협상을 에이전트에 일임하고 개인훈련을 준비중이다. 장기전 양상.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한화 구단은 행여나 선수들의 마음이 상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화는 협상과정에서 제시한 계약기간, 금액 등에 대해 일체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예년과 비하면 매우 박한 예우다. 외부에 알려져 좋을 건 없다. 협상 과정 중에 자칫 선수나, 구단이나 원치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FA 협상테이블에서는 찬바람이 씽씽 불지만 한화 구단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 이들 3명은 내년 시즌 구단의 전력구상에 들어가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은 지난해 FA 미아가 됐던 최준석(뒤늦게 NC 다이노스와 5000만원 1년계약) 이우민과는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최준석 이우민은 당시 롯데 자이언츠에서 FA를 선언하자마자 롯데로부터 "협상할 용의가 없으니 다른 팀을 알아봐도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 일찌감치 전력 외로 분류된 것이다.
한화는 내부 FA 3명 전원과 재계약 한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다. 다만 구단이 정한 '합리적인' 선에서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한화는 다년계약, 대형계약은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3년 이상의 계약은 고려하지 않았다. 2+1년 계약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2년 계약의 경우에도 다양한 옵션을 포함시켰다. 계약 기간이 짧으면 몸값도 추락한다. 옵션을 다양화시킨 이유는 내부 경쟁의 기틀을 마련하고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주기 위함이다. 선수들로선 야박하다 느낄 수 있는 제안이었다. 불과 몇 년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급변했다.
한화는 구단 안에서 물러설 조짐이 없다. 다만 선수들이 의기소침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협상의 특수성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구단 소속원 그 누구도 선수들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구단이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옵션을 거는 것은 젊은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열심히 해서 옵션을 챙기기를 원한다. 구단 내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처럼 보장금액을 놓게 책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수들도 이를 이해해줬으면 한다. 구단은 내부 FA들이 전력상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협상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지난해말 내부FA 3명이 FA선언을 하자 "셋 다 같이 가야할 선수들이다. 구단에 잡아달라고 얘기를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화의 내부FA 계약은 결국 해를 넘겼다. 마지노선은 오는 31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출발일이다.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면 스프링캠프 동행도 불가능하다. 선수들이 백기투항 하든, 한화 구단이 한발 물러서든 결국 계약서 사인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털어내는 치유의 시간은 필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