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올시즌 지명타자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박용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 박용택의 역할이 줄어드냐는 질문에 류 감독은 "박용택을 클린업트리오에 넣을 지, 아니면 앞에 놓을 지, 뒤에 갈 지는 나이가 있으니까 생각해봐야 한다. 박용택은 계속해서 지명타자를 맡을 것 같다"고 했다. LG가 오프시즌 들어 외부 타자 영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라인업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따라서 박용택의 위치도 지명타자가 유력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용택과 LG는 아직 계약을 하지 않았다. 차명석 단장과 박용택은 지난 12월 몇 차례 만나 대략적인 조건에는 공감을 한 상태이기는 하다. 계약기간 2년에 합의했고, 금액과 은퇴 후 거취 등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 양측이 의견을 확인한 뒤 연말과 연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급할 것은 없다. FA의 계약 마감일은 따로 없다. 언제든 합의에 이르면 도장을 찍고 소속팀 일원으로 훈련이나 경기에 나서면 된다.
연말 가족과 해외여행을 떠난 박용택은 오는 10일 귀국한다고 한다. 그리고 20일쯤 몇몇 후배들과 팀의 1차 전지훈련지인 호주 블랙타운으로 먼저 날아간다는 계획이다. LG 구단과 FA 협상을 할 수 있는 실질적 기간이 열흘 정도라는 이야기다. 박용택이 공식 전훈 개막보다 10일 앞서 훈련을 시작하는 건 그만큼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LG와의 협상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호주로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단도 마찬가지다. 계약에 마감 시한이 없다 하더라도 전지훈련을 시작하기 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부담스럽다. 박용택은 누가 봐도 LG와 계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 40세의 베테랑 선수를 최대 24억원의 보상금을 주고 데려갈 팀은 없다. 또한 박용택 본인이 LG를 떠날 마음이 없다.
양측의 협상이 해를 넘기며 장기화된 건 역시 금액 측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차 단장은 "차이를 조금씩 줄여왔다"고 했지만, 여전히 계산에 넣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몸값도 중요하지만, 은퇴 후의 거취에 대해서도 양측은 약간의 시각차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택에게 은퇴하기 전까지 돈과 명예를 보장해주고, 은퇴 후에는 '레전드' 대우를 해준다는 LG의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일단 '선수 박용택'의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관건이다. 류 감독은 박용택을 주전 지명타자로 생각한다고 했지만, 타순에 대해서는 '나이'를 변수로 들었다. 지난 시즌 박용택은 주로 3번 타자로 나섰고, 5번 또는 1,2번을 치기도 했다. 하위 타순으로 밀린 적이 거의 없다. 올시즌에도 박용택의 타순은 전체적인 타선의 짜임새와 연관이 있다. 새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과 김현수, 채은성이 중심타선을 이룬다면 박용택은 상위타선이 아닌 그 뒤로 밀릴 수 있다. 테이블 세터가 마땅치 않다면 2번도 가능하다.
최근 10년 연속 타율 3할, 7년 연속 150안타에 최근 7년 연속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박용택의 컨디션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구나 박용택의 훈련 자세는 언제나 후배들에게 모범이 된다는 게 류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한결같은 평가다. 여전히 가치있는 선수라는 이야기다.
은퇴 후 거취는 사실 그때 가봐야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지금은 선언적 측면이 클 것이다. 박용택이 2년간 얼마를 받을 지 알 수 없으나, 과거의 공헌도와 앞으로의 기대치를 모두 담는 금액임은 틀림없다. 다만 그걸 어떻게 계산하느냐의 문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