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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우디]벤투 '끝까지 실험' 변형 스리백, 아시안컵 옵션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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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전에 나선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택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1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전은 2019년 UAE아시안컵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14일 대표팀에 합류하며 조별리그 출전이 불투명한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부재, 그간 2선 중앙의 터줏대감이었지만 부상으로 낙마한 남태희(알두하일)의 공백을 테스트할 수 있는 마지막 실전 기회였다.

놀랍게도 벤투 감독의 선택은 포메이션 변화였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좀처럼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아시안컵을 눈 앞에 두고 있는만큼 실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다. 부임 후 치른 6경기에서 모두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하지만 마지막 평가전에서 3-4-2-1 포메이션을 실험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원톱에, 2선에는 황인범(대전)과 이청용(보훔)을 포진시켰다. 황희찬(함부르크)와 이 용(전북)을 좌우 윙백에 놓고, 기성용(뉴캐슬)과 정우영(알사드)를 중앙에 포진시켰다. 스리백은 권경원(톈진 취안젠)-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전북)이 자리했다. 골문은 김승규(빗셀고베)가 지켰다.

세가지 이유로 분석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단 왼쪽 라인의 붕괴가 결정적이었다. 왼쪽 풀백 홍 철(수원)과 김진수(전북)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오른쪽 풀백 백업 자원인 김문환(부산)을 왼쪽으로 돌리는 대신 변형 스리백을 택했다. 두번째는 손흥민-남태희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다. 개인 능력에서 두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만큼, 포메이션 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했다. 세번째는 상대 국가에 혼동을 주기 위한, 일종의 연막 전략도 담겨있는 듯 했다.

벤투식 '변형 스리백'의 특징은 '비대칭'이었다. 과거 신태용 전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의 위치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변형 스리백을 즐겨썼다. 벤투 감독은 오른쪽 윙백 이 용의 위치에 따라 변화를 줬다. 이 용이 전진하면 스리백이 됐고, 내려서면 포백이 됐다. 권경원은 수비쪽에 치중했다. 좌우 수비수의 무게중심을 달리두며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시켰다.

아직 익숙치 않은 전술인만큼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데다, 체력훈련으로 선수들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기력은 썩 좋지 못했다. 사우디의 최전방이 워낙 무게감이 떨어지는만큼 스리백 자체에 대한 약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기본 수비력이 워낙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만큼 상대와의 1대1 경합에서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후방 빌드업은 여전히 아쉬웠다. 후방 빌드업은 벤투식 축구의 핵심이다. 지배하는 축구를 강조하는 벤투 감독은 뒤에서부터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강조한다. 비대칭 스리백은 후방 빌드업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뒤에서 다양한 위치변화를 통해 빌드업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호셉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즐겨쓰는 전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여전히 후방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의 압박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뒤에서 볼이 제대로 돌지 않다보니 그동안 좋았던 미드필드진의 밸런스도 무너졌다.

벤투 감독은 전반과 후반, 왼쪽 윙백을 황희찬에서 이재성(홀슈타인 킬)로 바꾸며 변형 스리백에 대한 테스트를 이어갔다. 수비력과 전술 이해도가 높은 이재성의 존재로 전술 안정감을 높였다. 이재성은 공격시 적극적인 침투로 공격숫자를 늘렸다. 벤투 감독은 이 용 대신 김문환을 투입하며 마지막까지 변형 스리백에 대한 틀을 유지했다. 벤투 감독의 전술 운용은 보수적이다. 끝까지 실험을 이어갔다는 것은 아시안컵에서 변형 스리백이 하나의 옵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