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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우디]벤투호 아시안컵 준비 잘 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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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선수들의 몸상태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K리그를 비롯한 동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제 막 리그를 마친만큼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반면 유럽파는 이제 한창 리그를 진행 중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선수들을 컨디션을 고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3일 결전지인 아랍에미리트(UAE)로 날아간 벤투호는 체력훈련에 많은 공을 들였다.

1일(한국시각) UAE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전에 나선 선수들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스프린트 장면에서도 신선하지 않았고, 패스미스도 많았다. 피지컬 코치까지 추가한 벤투호는 우승에 도전하는만큼 컨디션을 토너먼트쪽에 초점에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번 평가전은 선수들의 움직임 보다는 전체적인 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우디전의 중요 관전포인트는 14일 대표팀에 합류하며 조별리그 출전이 불투명한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부재, 그간 2선 중앙의 터줏대감이었지만 부상으로 낙마한 남태희(알두하일)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 였다.

놀랍게도 벤투 감독의 선택은 포메이션 변화였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좀처럼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아시안컵을 눈 앞에 두고 있는만큼 실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다. 부임 후 치른 6경기에서 모두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하지만 마지막 평가전에서 3-4-2-1 포메이션을 실험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원톱에, 2선에는 황인범(대전)과 이청용(보훔)을 포진시켰다. 황희찬(함부르크)와 이 용(전북)을 좌우 윙백에 놓고, 기성용(뉴캐슬)과 정우영(알사드)를 중앙에 포진시켰다. 스리백은 권경원(톈진 취안젠)-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전북)이 자리했다. 골문은 김승규(빗셀고베)가 지켰다.

세가지 이유로 분석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단 왼쪽 라인의 붕괴가 결정적이었다. 왼쪽 풀백 홍 철(수원)과 김진수(전북)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오른쪽 풀백 백업 자원인 김문환(부산)을 왼쪽으로 돌리는 대신 변형 스리백을 택했다. 두번째는 손흥민-남태희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다. 개인 능력에서 두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만큼, 포메이션 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했다. 세번째는 상대 국가에 혼동을 주기 위한, 일종의 연막 전략도 담겨있는 듯 했다.

벤투식 '변형 스리백'의 특징은 '비대칭'이었다. 과거 신태용 전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의 위치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변형 스리백을 즐겨썼다. 벤투 감독은 오른쪽 윙백 이 용의 위치에 따라 변화를 줬다. 이 용이 전진하면 스리백이 됐고, 내려서면 포백이 됐다. 권경원은 수비쪽에 치중했다. 좌우 수비수의 무게중심을 달리두며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시켰다.

아직 익숙치 않은 전술인만큼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데다, 체력훈련으로 선수들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기력은 썩 좋지 못했다. 수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포메이션 변화로 좋았던 미드필드진의 밸런스가 흔들린 것은 아쉬웠다. 남태희 자리에서 뛸 수 있는 유력 후보로 평가받은 황인범은 2선보다는 3선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4-2-3-1로 전환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찾기에 대한 고민은 마지막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의 공백은 황희찬이 역시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보인다. 황희찬은 마무리에서 아쉬웠지만, 파괴력면에서는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 중 가장 좋았다. 황희찬은 한국이 이날 만든 찬스 대부분에 관여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후방 빌드업이었다. 후방 빌드업은 벤투식 축구의 핵심이다. 지배하는 축구를 강조하는 벤투 감독은 뒤에서부터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강조한다. 울산 전지훈련에서도 후방 빌드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비대칭 스리백은 후방 빌드업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뒤에서 다양한 위치변화를 통해 빌드업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호셉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즐겨쓰는 전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여전히 후방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의 압박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좋지 않은 경기에도 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날 경기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전체적으로 많은 숙제를 노출했다. 평가전에서는 문제가 많이 드러나면 드러날 수록 좋다. 이제 얻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첫 경기 필리핀전까지는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