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행운을 상징하는 황금돼지해. 동상이몽이다. 모두 희망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어김없이 1등과 꼴찌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절반의 팀과, 2020년을 기약해야 할 나머지 팀이 갈릴 것이다.
꿈을 현실화 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장점을 극대화 하고, 약점을 최소화 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치명적 아킬레스건 지우기다. 어느 팀에나 털어내고 싶은 약점이 있다. 희망으로 새해를 여는 10개구단, 극복해야 할 으뜸 화두를 살펴보자.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SK, 외인→토종 감독으로의 변혁기
외국인 선발 투수 빼고는 큰 변화가 없는 챔피언. 현상유지만 해도 탄탄대로가 아닐까. 하지만 가장 큰 틀이 바뀌었다. 사령탑이다. 외국인 힐만 감독이 떠나고 염경엽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사상 초유의 우승팀 감독교체. 염경엽 감독은 국내 최고의 지장으로 꼽히는 명장. 하지만 힐만 감독 스타일에 적응된 선수단에 빠르게 자신의 야구철학을 덧씌워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선수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 '긍정의 야구'를 뿌리내렸던 힐만 감독의 부재. 토종 감독으로의 변혁기가 감독이나 선수 모두에게 도전과제가 될 전망이다.
▶두산, 양의지 빈자리가 야기할 마운드 불안
스토브리그 두산의 최대 손실은 단연 양의지(32) 이탈이다. 국내 최고 안방마님의 부재. 여러모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대체 포수 자체보다 그의 공백이 야기할 마운드 불안 극복이 가장 큰 숙제다. 양의지의 빈자리는 박세혁(29)을 필두로 이흥련(30), 장승현(25) 등이 메운다. 주전 1순위 후보 박세혁에 대해 두산 구단 관계자는 "공-수에 있어 양의지 공백 최소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주전 포수로서는 투수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타석에서도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마무리 훈련부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 초 이탈이 예상되는 필승조 김강률의 공백으로 헐거워질 불펜진을 얼마나 안정감 있게 끌고 나가느냐가 첫번째 시험 과제가 될 전망이다.
▶히어로즈, 조상우 표류 속 여전히 불안한 뒷문
2018년 히어로즈 최악의 사건 중 하나는 조상우(25) 박동원(29)의 성추행 혐의로 인한 전력 이탈이었다. 핵심 투-포수의 부재로 시즌 내내 애를 먹었다. 특히 필승조 조상우의 이탈 속에 불펜진 불안이 가속화 됐다. 구원 평균자책점 5.67로 리그 최하위. 올해도 믿을만한 불펜 구축은 최대 화두다. 그나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64경기에 등판했던 이보근은 FA 협상 중이다. 믿을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 포스트시즌에서 깜짝 활약한 안우진은 풀타임 시즌의 내구성을 입증해야 한다.
▶한화, 팀 발목 잡는 물 방망이
2007년 이후 무려 11년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한화. 주역은 투수들이었다. 리그를 휘몰아친 엄청난 타고투저 바람 속에 시즌 끝까지 평균자책 2위로 버텨냈다. 상대적으로 타자들이 민망했다. 팀득점과 팀타율이 한화보다 못한 팀은 꼴찌 NC 밖에 없었다.
장종훈 수석 겸 타격코치의 속앓이가 심했다. 그나마 타선의 자부심이던 호잉마저 후반기 상대팀의 집중분석과 견제 속에 주춤했다. 주포 김태균의 부활이 절실하다.
▶KIA, 전면 교체 외국인 트리오와 짙어진 불확실성
KIA는 타자 용병 도입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선수 3명이 싹 다 바뀌었다. 형편 없이 못해서가 아니라 세금문제나 노쇠화 우려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바꿨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신입 용병 제이콥 터너 같은 선수는 2018년 평균구속 95마일(약 153㎞)의 빠른 공을 던지는 실력파 선수. 하지만 신입 외국인선수의 관건은 적응과 연착륙 여부다. 게다가 과거 헥터나 필 같은 신입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을 도와주던 용병 리더도 없는 상황이다.
▶삼성 - 용병선발 흑역사 극복
삼성의 최근 부진은 용병선발의 실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해 아델만과 보니야도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이들이 합작한 승수는 고작 15승. 두산 후랭코프(18승) 한 명 몫도 못해줬다. 이들 원-투 펀치가 잘 해줬다면 5강 플레이오프에도 무난히 진출할 수 있었다. 과연 올 시즌은 다를까. 150km를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맥과이어와 헤일리가 새로운 원-투 펀치로 나선다. 이들을 떠받치는 선발진이 젊은 피로 구성돼 있는 만큼 두 외국인 선발의 성공여부가 선발 안정화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롯데, 안정된 주전포수의 부재
안방마님이라 불리는 포수의 역할. 설명이 필요없다. 하지만 롯데는 강민호 이탈 이후 아직 '안정된' 포수 확보란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나종덕(21)에 이어 안중열(24)이 번갈아 마스크를 썼지만 아직 2% 부족한 것이 현실. FA 최대어 양의지 영입에 대한 팬들의 요구가 높았던 이유다.
후반기 주로 주전 마스크를 썼던 안중열의 성장이 필요하다. 선수 육성에 대한 철학과 노하우를 지닌 양상문 감독은 "타격도 괜찮고, 리드에 안정감도 있고 매력있는 포수"라고 성장가능성을 점쳤다.
▶LG, 리드해도 불안한 필승조
LG의 아킬레스건은 불펜이다. 2018년 불펜 평균자책점이 5.62로 10개팀 중 9위였다. 셋업맨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안정감이 없었다. 개선될 희망도 현재로선 없다. 지난 4월 팔꿈치수술후 재활을 해온 임정우(28)는 공익근무를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팔꿈치 수술 후 재활중인 김지용(31)의 공백을 메워줄 선수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오프시즌 방출 시장을 통해 보강된 '백전노장' 장원삼 심수창의 노련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즌 막판 과부하가 걸렸던 마무리 정찬헌(29)의 부담을 덜어줄 새 얼굴 발굴이 숙제다.
▶KT,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감
KT는 2018년 10승 이상 올린 투수가 없었다. 니퍼트 피어밴드 금민철이 각각 8승씩을 거뒀을 뿐이다. 연패를 끊어줄 확실한 선발 투수 확보, 2019년 KT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KT 선발진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니퍼트 피어밴드가 모두 짐을 싸 떠났고, 알칸타라와 쿠에바스가 새로 왔다. 고영표의 군입대 공백도 부담이다. 드래프트로 입단한 이대은의 연착륙과 FA 금민철(33)의 잔류가 필요한 상황이다.
▶NC - 최고의 포수를 영입 했지만…
NC는 FA 최대어 양의지를 영입했다. 3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포수 안정, 타격 강화, 마운드 잠재력 극대화였다. 하지만 포수가 마운드에 미치는 영향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2018 시즌 최악이었던 마운드에 변화가 거의 없다. '백만불의 사나이' 루친스키와 버틀러의 광속 적응에 명운을 걸어야 할 상황. 불펜 불안도 해결되지 않은 총체적 난국이라 양의지 영입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