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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안기헌 새 대표이사를 선임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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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좀 안다는 게 독이 될 수 있다. 낮은 자세로…."

안기헌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64)가 축구 현장으로 돌아왔다.

부산 아이파크의 신임 대표이사(사장)다. 올해 1부리그 승격을 위해 3번째 도전에 실패한 부산은 최만희 대표와 최윤겸 감독의 동반 사퇴를 단행했다.

2019년 4번째 도전을 위해 다시 나서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

조덕제 감독-노상래-이기형 코치의 '어벤저스급' 코치진을 구성한 부산은 안 대표를 총사령관으로 전격 선임했다.

그동안 부산의 신임 대표 선임을 두고 '설'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구단주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축구인부터 전문 경영인까지 두루 하마평에 올랐지만 최종 선택은 안 대표였다.

안 대표는 작년 11월 대한축구협회가 집행부 인적쇄신을 단행할 때 협회를 떠났다. 1년여 만에 축구와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게 됐고 K리그 현장에는 8년 만의 복귀다.

부산이 안 대표를 선택한 데에는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최만희 전 대표 체제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최 전 대표도 안 대표와 마찬가지로 경기인 출신 행정가였다.

최 전 대표 시절 부산은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우수 프로스포츠단, 2018년 K리그 대상 팬 프랜들리 클럽상 등을 수상하며 행정적인 면에서는 성공했다. 반면 1부리그 승격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경기력 측면에서 더 집중하고 지원하면 1부 복귀의 꿈에 근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축구를 잘 모르는 전문 경영인보다 최 전 대표처럼 두루 경험한 인물이 필요했다. 명문 구단의 전성기를 이끈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여기에 적임자가 안 대표였다.

고교 축구 명문 경신고를 나온 안 대표는 실업팀 포항제철 선수로 뛰다가 1983년 포항제철 프로축구단 창단 실무 담당 프런트로 변신했다. 이른바 축구 행정에서는 '바닥'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95년 수원 삼성 창단 사무국장을 지내며 '삼성맨'의 길에 접어들어 부단장(1999~2003년)을 거쳐 단장(2003∼2010년)까지 승진하며 당시 선수 출신 행정가의 롤모델이 됐다.

특히 수원 단장 시절 안 대표는 K리그 우승 2회(2004, 2008년)과 FA컵 우승 2회(2009, 2010년)의 결과가 말해주듯 '명가 수원'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내년 시즌 K리그2 우승으로 1부리그 직행을 꿈꾸는 부산으로서는 안 대표의 풍부한 우승 경험이 화학적으로 결합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2011∼2013년), 축구협회 전무(2013∼2017년) 등 한국축구 양대 기구의 고위 행정가를 역임한 점도 경영은 물론 선수단 관리에 도움이 된다. 사무총장, 전무는 산하 기관-클럽팀 등과 소통하고 조율·중재하는 게 주역할이다. 화려한 코칭스태프를 보유한 까닭에 다른 팀보다 소통이 중요해진 부산에게는 안 대표의 이런 경험이 더욱 필요해졌다.

안 대표도 취임 소감에서 "소통을 강조하는 구단 운영을 통해 명문 구단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소통을 앞세웠다.

"축구에 대해 조금 안다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한 안 대표는 프런트로 첫발을 딛을 때처럼 '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다짐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