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드라마 왕국'을 돌아가며 맡았던 지상파의 영광도 이제는 옛일이 됐다. 지상파 드라마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전전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특히 tvN과 OCN이라는 든든한 벽과 더불어 종합편성채널에서도 눈에 띄는 드라마들을 다수 배출해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2018년은 특히 지상파의 몰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한 해였다. 그동안 최저 시청률의 지표로 삼아지던 KBS2 '맨홀'(1.4%)을 넘보는 드라마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 여전히 가장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이자 최저 시청률의 기준을 삼는 드라마는 '맨홀'이었지만, 각 방송사마다 새로운 지표도 추가하게 됐다. SBS는 '훈남정음'(2.1%), MBC는 '위대한 유혹자'(1.5%)가 올해 방송사별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의 완전한 몰락…돈 안쓰는 MBC-사건사고의 SBS-신선한 시도 KBS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올해의 농사는 '망한' 지상파다. 지난해 숙연한 성적으로 시청자들을 떠나보낸 MBC는 올 상반기까지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위대한 유혹자'를 시작으로, '사생결단 로맨스',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시간', '이리와 안아줘' 등 다수 드라마를 선보였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올해 최악의 드라마로 손꼽힌 '위대한 유혹자'나, 주인공의 중도 하차로 시선을 모았던 '시간' 등이 전부다. '작품성'과 '힐링'을 내세우며 만들었던 드라마들도 더러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다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기 시작한 MBC다. 소지섭과 정인선을 전면에 세운 '내 뒤에 테리우스'로 시선을 다시 끌어왔고, '나쁜형사'도 동시간대 1위를 꾸준히 지키는 등 재기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SBS는 올해 지상파들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선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유독 사건 사고가 많은 한 해로 기억됐다. 가장 먼저 고현정이 출연 중이던 작품 '리턴'에서 중도 하차하며 잡음이 일었다. 당시 연출자 주동민 PD와 고현정 사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결국 고현정이 하차를 결정했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폭행과 폭언에 대한 의혹이 등장하며 소란을 막지는 못했다. 게다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스태프 故김규현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과로사 의혹'에 휩싸이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이후에도 스태프들과 SBS 사이의 갈등은 이어졌다. 최근 인기 고공행진을 누리고 있는 '황후의 품격'은 배우인 최진혁과 신성록이 각각 눈가가 찢어지고, 발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에도 촬영장에 복귀했고, 희망연대노조와 한빛미디어인권센터 등은 29시간 30분 연속 촬영 등의 열악한 촬영 환경을 지적하며 제작사인 SM라이프디자인그룹을 고발한 상태다.
KBS의 사정도 좋지는 못했다. 올해를 시청률 1위 드라마인 '저글러스'로 야심차게 열었지만, 이후 등장한 드라마들이 줄곧 2%대 시청률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한 것. 현재 방영 중인 '죽어도 좋아'도 야심찬 출발을 알렸지만, 2%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고, '땐뽀걸즈'는 1%대 시청률로 떨어지며 아쉬움을 안기고 있다. 여기에 송지효와 박시후를 전면에 내세웠던 '러블리 호러블리'도 '신선하고 재밌다'는 반응과는 대비되는 1%대 시청률로 굴욕을 맛봤다. 뿐만 아니라 윤두준과 김소현이 호흡을 맞춘 '라디오 로맨스'도 기억에 남지 않는 작품이 됐고, '당신의 하우스헬퍼'도 시청률 면에서는 참패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시도가 좋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신인 작가들에게 기회를 줬고,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이야기들도 담아냈다.
▶지상파 기죽이는 케이블-종편 드라마의 부상
올해는 tvN과 OCN, 그리고 종편으로 이어지는 라인업들이 지상파 드라마를 넘어서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비록 초반 방송 사고와 스태프 추락 사고 등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지상파 드라마보다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인 tvN '화유기'를 시작으로, 노희경 작가의 '라이브', 이준기가 출연한 '무법변호사', 그리고 김은숙 작가의 첫 사극이자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변요한, 김민정이라는 눈부신 라인업으로 주말을 책임졌던 '미스터션샤인', 그리고 김희선과 김해숙의 '나인룸'에 이르기까지 tvN은 토일드라마에서 강점을 보여주며 지상파 주말극의 가장 큰 적이 됐다. 최근 방영 중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역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키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새롭게 블록을 짠 수목드라마도 흥행에 한몫을 했다. 이보영의 '마더'는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선균과 아이유의 '나의 아저씨'도 추워지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됐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열풍을 일으키며 박민영과 박서준의 실제 열애설까지 불거졌다. 또 '아는 와이프'까지 황금 라인업을 자랑하며 든든한 수목 라인업을 짰고, 현재는 송혜교와 박보검 주연의 '남자친구'까지 이어지며 평일까지 'tvN 천하'로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월화는 '백일의 낭군님'이라는 명작을 낳았다. 올 한 해 '시를 잊은 그대에게'부터 '어바웃타임', '식샤3'까지 낮은 시청률로 마음 고생을 했지만, '백일의 낭군님'이 14.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로 tvN 역대 4위에 오르며 자존심을 제대로 살렸다.
올해는 장르물의 명가인 OCN의 독주도 이어졌다. '라이프 온 마스'는 신선한 스토리로 시즌2 요구가 여전히 빗발치고 있고,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던 '보이스2'도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보이스'는 내년 중순 시즌3로 돌아온다. '플레이어'도 오락드라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설된 블록인 수목드라마에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첫 시작이었던 '손 the guest'가 상큼한 스타트를 끊었고, 현재 방영 중인 '신의퀴즈'도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종편의 사정은 더 좋았다. '미스티'로 포문을 연 JTBC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제3의 매력'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의 금토 오후를 책임지며 승승장구했고, 현재 방영 중인 'SKY캐슬'은 방영 이후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며 1.7%에서 9.5%라는 놀라운 기록을 쓰고 있다. 월화드라마 블록에서도 JTBC는 '으라차차 와이키키', '미스 함무라비', '라이프'로 이어지는 라인업으로 시선을 모았고, 이민기와 서현진의 '뷰티인사이드'는 지상파 드라마도 넘볼 수 없는 화제성을 자랑하며 드라마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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