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홍명보 장학재단이 주최하는 2018년 Share The Dream 자선축구 대회가 펼쳐진 고려대 화정체육관.
K리그팀 소속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잉글랜드)의 결승골과 함께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동시에 16년 동안 이어진 자선축구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2003년 돛을 올린 자선축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선 축구 행사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자선 축구 경기 수익금으로 22억8000만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소아암 환우를 비롯해 스포츠 복지 단체, 축구 유망주, 저소득층 돕기와 청년 실업 등에 써왔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16번째 이야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홍 이사장은 협회 전무라는 공적인 자리를 맡고 있어 자선 경기를 위한 스폰서 영입 등에 대한 시선도 의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과 끝은 같았다. 홍 이사장은 마지막 행사를 마친 뒤 "자선축구를 시작할 때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 중심으로 했다. 마지막도 2002년 멤버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2002년 레전드팀과 K리그팀으로 나눠 진행됐다. 최용수 FC서울, 김병지 해설위원 등 이제는 다소 후덕해진 2002년 레전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조영욱(FC서울) 김진야(인천) 등 '새 얼굴'도 팬들께 인사했다. 형님과 아우들의 격돌로 펼쳐진 마지막 대결에서는 K리그팀이 10대9 승리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추억을 쌓고 나눔의 뜻을 전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홍 이사장은 "16년 동안 했다. 정말 많은 순간 보람을 느꼈다. 희망과 도움을 드렸다는 것이 기쁘다. 그 덕에 생명을 구하고 동기부여를 얻게 된 분도 있다"며 "선후배들 정말 감사하다. 비록 자선축구는 막을 내리지만, 앞으로 다른 형태로든 기부는 이어갈 생각이다. 재단 취지에 맞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홍명보 자선축구는 축구 선수가 축구 경기를 통해 나눔을 실천한 시작점이었다. 선배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 자선 경기가 축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후배가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박지성 이근호 등이 자신의 이름을 건 자선축구를 진행했다.
지소연은 "자선축구는 좋은 행사다. 누군가는 이어서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선배들이 이어서 할 것으로 생각한다. 불러 주시면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희망의 씨앗을 뿌린 자선축구.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