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시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팀은 단연 현대캐피탈이었다.
지난 시즌 공격 1위 파다르를 품은데 이어 FA최대어로 불린 전광인까지 데려왔다. 문성민-전광인-파다르로 이어지는 막강 트리오를 구축했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미들플로커 신영석까지 포진한 현대캐피탈은 '어벤져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다. KOVO컵부터 흔들렸다.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을 레프트로 이동시키며 공존을 노렸지만, 답은 보이지 않았다. 밸런스가 무너지며, 막강 화력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전세터 이승원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최 감독은 무리하게 문성민을 기용하는 대신 박주형을 주로 내세웠다. 힘겹게 승점을 더했지만, 과거 현대캐피탈이 자랑하던 스피드 배구는 볼 수 없었다. '꿈의 삼각편대' 세 선수가 골고루 득점을 쌓는 대신 파다르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갔다.
세 선수의 공존을 위해 골머리를 앓던 최 감독은 조금씩 답을 찾는 모습이다. 1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가 그랬다.
경기 전 최 감독은 "오늘의 포인트는 공격적 배구"라고 했다. 우리카드의 에이스 아가메즈의 컨디션이 워낙 좋은만큼 맞불을 놓겠다는 공산이었다. 승부수는 문성민의 선발 기용이었다. 지난 11월23일 KB손해보험전에서 시즌 첫 선발로 나섰던 문성민은 최근 들어 선발 출전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최 감독은 "성민이와 광인이를 선발 레프트로 내보낸다. 성민이가 서브와 공격적인데서 힘을 보태주면 공격적인 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성민을 살리기 위한 비법은 '4인 리시브'였다. 최 감독은 "성민이가 상대의 점프 서브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4명이 리시브 하는 조합을 짰다"고 했다. 이어 "설령 서브가 오더라도 한번만 리시브를 받을 수 있게 사이드아웃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상대가 두번째 서브를 못때리게 하면 성민이 입장에서 그만큼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여오현 전광인 등이 분전하며, 문성민은 리시브 부담을 거의 받지 않았다. 실제 기록에서도 문성민은 1, 2세트에서 단 한번도 볼을 받지 않았다. 오랜만에 받은 서브도 완벽하게 처리했다. 문성민이 리시브 부담에서 벗어나자 공격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최 감독의 계획대로 서브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고, 공격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물론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성민이가 레프트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문성민까지 가세하자 현대캐피탈은 파다르 중심의 공격에서 벗어나, 특유의 변화무쌍한 공격이 이어졌다. 최 감독의 신임 속 꾸준히 기회를 받던 이승원은 속공, 파이프 등 다채로운 공격을 펼쳤다. 전광인은 빠른 공격을 했고, 막힐때는 파다르가 풀어줬다. 신영석은 안정적인 속공을 펼쳤다. 자신감을 찾자 블로킹까지 완벽한 모습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무려 4명(파다르, 전광인, 문성민, 신영석)의 선수가 10점 이상의 득점을 올렸다.
최 감독은 "성민이까지 공격에 힘을 실어주자 승원이도 안정을 얻었다"며 "성민이를 다시 주전으로 기용하겠다고 확정하지는 못하겠지만, 팀별 혹은 상황마다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어벤져스' 공존법의 해법을 찾아가는 현대캐피탈, 그들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